종이책에 가장 근접한 전자책, 크레마 터치

입력 2012-10-05 12: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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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책을 읽고 싶다면 전자책 단말기 사용을 고려해 볼 만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사용해도 책을 볼 수 있지만, LCD 화면을 오랫동안 보면 눈이 피로하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독서를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태블릿PC를 이용하자니 가격이 비싸고 휴대하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하면 좋을까?

최근 ‘한국형 킨들(미국 아마존 사의 전자책 리더)’로 입소문이 났던 ‘크레마 터치’는 어떨까. 한국이퍼브(서점사 5곳, 출판사 4곳, 언론사가 공동 출자한 회사)가 9월 10일 내놓은 크레마 터치는 예약 판매 이틀 만에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만 1,000대가 판매됐고, 12일 만에 4,000대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실제로는 어떨지 살펴보았다.


눈이 편하네
외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닮았다. 상단에 전원 버튼, 하단에 메뉴, 홈, 취소 버튼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여느 전자책 단말기처럼 키보드는 따로 탑재하지 않았다. 두께는 아이폰4보다 약간 두꺼운 정도다. 화면 크기는 6인치로 손이 작은 사람도 한 손에 쥘 수 있다. 아마도 가독성을 고려해 5인치 스마트폰보다는 크게, 휴대성을 염두해 7인치 태블릿PC보다는 작게 만든 듯하다. 무게도 비교적 가볍다(215g).


사용 방법도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전원을 켜고 와이파이에 연결한 다음 크레마 터치를 구입한 서점사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된다.

서점사 계정에 적립금이나 상품권이 있다면 크레마 터치로 바로 결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휴대전화를 이용해 결제하거나, 무통장 입금을 해야 하니 다소 번거롭다. 신용카드 결제도 크레마 터치로는 불가능하다(스마트폰을 이용하라고 이니페이 결제 화면이 뜬다). 한국이퍼브는 “신용카드 결제 기능은 10월 내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할 수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을 구입하면 ‘책읽기’ 목록에 책이 등록된다. 책을 선택하면 이를 인터넷으로 내려 받는다. 참고로 책을 내려 받으려면 당연히 와이파이에 연결돼야 하고, 이미 내려 받은 책은 와이파이 연결 없이도 볼 수 있다.

크레마 터치의 장점은 무엇보다 눈이 편하다는 것이다. 크레마 터치는 전자 잉크(e-ink) 방식으로 글씨를 표시한다. 실제로 종이에 잉크로 글을 인쇄한 듯한 느낌이다. 전자 잉크 방식은 LCD 디스플레이에 비해 눈의 피로가 적다. 반면 스마트폰, 태블릿PC 화면은 장시간 보고 있으면 눈이 쉽게 건조해지거나 피곤해진다. 더구나 배터리 사용 시간도 짧다.

글자 크기와 글꼴도 바꿀 수 있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다. 본문 페이지에서 오른쪽 상단에 있는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 아이콘을 누르면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글꼴에 따라 한자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편 페이지를 넘길 때 이전 페이지 화면이 흐릿하게 잔상으로 남는다. 이는 전자 잉크 방식 단말기의 맹점이긴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참고로 이런 경우 왼쪽 하단의 메뉴 버튼을 누르면 잔상이 사라진다.


클라우드 기능은 나름 유용하다. 이는 마지막에 읽은 페이지, 하이라이트(마음에 드는 구절을 표시), 메모, 책갈피 등을 인터넷 상에 저장해 두고 다른 기기(PC,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동기화하여 볼 수 있도록 한다(본문 화면 오른쪽 상단의 화살표 아이콘 버튼을 누르면 동기된다). 따라서 다른 기기를 이용하더라도 마지막에 읽은 페이지를 기억하거나 일일이 책장을 넘길 필요가 없다. 동기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정도. 물론 이러한 동기화 기능은 다른 전자책 단말기도 대개 지원한다.

전자책 단말기다 보니 배터리도 오래 가는 편이다. 크레마 터치를 계속 켜 두어도 3일을 버틴다. 완충하는 데는 약 3시간이 걸린다. 저장 공간은 4GB로, 한국이퍼브에 따르면 약 3000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안정성은 글쎄...


그러나 전반적으로 기기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터치 인식율이 낮다. 하이라이트, 메모, 사전, SNS 공유 기능이 있지만, 터치가 명확하지 않아 이런 기능을 만족스레 사용하기 어려웠다. 특히 사전 기능을 이용하려면 특정 단어만을 선택해야 하는데, 원하는 단어를 지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머리카락 터치가 더 확실히 인식했다(크레마 터치는 광학식 터치 방식으로 모든 물체를 이용해 터치할 수 있다). 화면에 머리카락이 닿아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도서 검색, 와이파이 설정, 본문을 스크롤할 때 화면이 몇 차례 빠르게 깜박이는 증상도 있다. 때문에 신속한 검색이 어렵다. 설정 메뉴의 디스플레이 항목에서 잔상제거 설정을 하면 깜박임 정도를 조절할 순 있지만, 이런 증상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밖에 전원을 켜고 처음 책을 보려고 할 때마다 오류창이 뜨기도 했다(이는 기기마다 다를 수 있다). 와이파이 신호가 안정적인 곳에서도 와이파이가 자주 끊어지기도 했다.

충전할 때도 약간 불편하다. 크레마 터치에는 별도의 충전 어댑터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PC에 USB 케이블로 연결해 충전해야 하며, 전자책을 읽다가 USB 충전을 하면 충전 화면이 뜨니 본문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러한 불안함과 불편함으로는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소비자를 절대 움직일 수 없다.

최신작은 많지만 콘텐츠 수는 아직


베스트셀러, 신간 위주로 독서한다면 콘텐츠 감상에 별 무리 없다. 물론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예를 들어 ‘해리포터’를 검색하면 진 스미스의 ‘해리포터 성공 판타지’만 나오고, 정작 조앤 롤링의 판타지 소설은 없다. 일본의 추리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검색하니 최신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만 나온다.

2012년 현재 한국이퍼브는 총 6만 종의 전자책을 구비하고 있으며(신간 단행본 위주), 매주 600권 가량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예스24 디지털사업본부 김병희 선임팀장에 따르면, 전자책 콘텐츠가 약 30만 종은 돼야 독자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그럼 30만 종을 먼저 준비한 다음 크레마 터치를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반적으로 크레마 터치는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이에 한국이퍼브는 보름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나마 그 업데이트를 통해 처음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곤 있지만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조금만 잘 다듬으면 상당히 쓸 만한, 볼 만한 전자책 단말기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하니 관계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리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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