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7330] 최성원 “살 빼려 산에 갔다 산에 빠졌죠”

입력 2012-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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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암살자 장가라로 분장한 최성원. 최성원은 뮤지컬 ‘어쌔신’에서 지금까지의 미소년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에 도전해 연기변신에 나선다. 사진제공|샘컴퍼니

뮤지컬 ‘어쌔신’ 장가라역 최성원

“등산을 하며 다이어트 + 슬럼프 극복
일주일에 3∼4회 등산…산은 내 친구”


뮤지컬 배우 최성원(35)의 별명은 ‘뮤지컬 대통령’이다.

이는 그의 트위터 계정 이름이기도 하다. 1998년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본인이 직접 붙인 별명이다. 이왕 무대에 설 바에는 가장 높은 ‘대통령급 배우’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런 최성원이 요즘 맡고 있는 역할이 대통령 암살자다. 그는 뮤지컬 ‘어쌔신’에서 루즈벨트 대통령 당선자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주세페 장가라를 맡았다. ‘어쌔신’은 ‘스위니 토드’ ‘컴패니’ 등의 뮤지컬을 작곡한 미국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다.

20일 첫 공연의 막을 올릴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인근 카페에서 만난 최성원은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았던 도톰한 볼살이 안보일 정도로 살이 쏙 빠졌다.

“‘어쌔신’을 연습하면서 4∼5kg 정도 살을 뺐어요. 좋아하던 술을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했죠.”

최성원의 다이어트 비결은 등산이다. 최성원은 “등산을 정말 좋아한다. 자주 갈 때는 일주일에 서너 번도 산에 간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 그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슬럼프에 빠져 있다 보니 자꾸만 살이 쪘다. 처음에는 살을 빼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이내 등산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처음에는 정상만 바라보면서 산을 올랐어요. 그런데 너무 힘이 드는 거예요. 가도 가도 끝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깨달았죠. ‘아! 정상이 아니라 바로 내 발 앞에만 집중해서 가야 하는구나.’ 한발 한발 내 노력의 시간이 정직하게 흐르고 나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산은 오르막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상을 향해 오르지만 거기에는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평지도 있다. 최성원은 “산에 오르다 보면 그래프가 그려진다. 그게 딱 우리들 삶과 닮았다”라고 했다.


○배우 아닌 연출가 황정민은 너무 뛰어난 ‘조교’

‘어쌔신’은 링컨, 존 F 케네디,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거나 암살을 시도했던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0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렸으며 토니어워즈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 공연이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 겸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황정민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한 찰리 귀토 역으로 출연한다.

최성원은 “첫 공연을 앞두면 배우들은 수험생과 같은 마음이 돼요. ‘일주일만 더 연습했으면’ 싶은 거죠. 하지만 ‘어쌔신’은 어쩐 일인지 내일이라도 당장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자만처럼 보일까봐 우려되지만,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거든요. 빨리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10월 가을 단풍이 물든 북한산 등반을 하고 있는 최성원. 사진제공|최성원



“배우가 아닌 연출가 황정민과 작업해 보니 어떤가”라고 물으니 “배우가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편하고 돋보이는지 잘 알고 있다. 선배로서 조언도 많이 해준다”라고 했다.

물론 ‘너무 잘 알아서’ 생기는 단점도 있다.

“나라면 이렇게 할 거 같은데 …”하면서 직접 연기를 보여주는데 워낙 ‘조교’가 뛰어나다보니 배우로서 본의 아니게 모방 아닌 모방을 하게 된다는 것.

“슬럼프를 벗어나 다시 제 자리에 서는 데에 등산이 정말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산은 이제 제 친구이자 스승입니다. 등산은 한 가지만 조심하시면 돼요. 하산하신 뒤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됩니다. 산 밑에는 워낙 유혹이 많잖아요. 그런 점에서도 산은 우리 인생이랑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웃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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