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할리우드 진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입력 2012-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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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개봉하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배두나. 톰 행크스, 할 베리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주연한 영화에서 배두나는 복제인간 역을 신비롭게 소화해 기대를 모은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할리우드 배우 배두나의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대한 토크

돈 아끼려 고급호텔 대신 아파트 임대
촬영장에서 보여준 절약정신에 쇼크

워쇼스키 감독은 천재…열정 대단해
짐 스터게스와 열애? 친한 친구일뿐

“오디션 보러 시카고로, 대본 연습하러 베를린으로 날아가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와…! 나 정말 국제적인데? 하하!”

배두나(33)는 부쩍 늘어난 한국 배우들의 해외 진출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띄는 방식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했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지만 낯선 환경에서 낯선 언어로 연기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설명하지 않는다고 짐작하기 어려운 건 아니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앤디·라나 워쇼스키 남매 감독은 내년 1월9일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준비하며 한국 여배우를 찾았다. 주인공인 복제인간 손미451을 연기할 배우를 수소문하던 차였다. 그들이 욕심 낸 배우는 처음부터 배두나였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괴물’까지 배두나의 출연작을 모두 챙겨 본 열성적인 감독들이었다.

오디션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1차 오디션 장소는 배두나의 집, 그의 방이었다. “화상 오디션이었다. 내 컴퓨터 웹캠 앞에 앉아 혼자 ‘크크’ 거리며 감독들을 만났다. 유명한 감독과의 팬미팅이란 심정이었다.”(웃음)

얼마 뒤 오디션을 보러 미국 시카고의 감독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통보가 비행기 티켓과 함께 날아왔다. “할리우드 영화 출연? 그땐 아주 먼 얘기였다. 영화사에 들어선 뒤부터 정신을 놓았다.(웃음) 엄청난 규모, 테마 파크 같은 분위기, 한쪽엔 ‘매트릭스’로 받은 수많은 상이 진열돼 있었다.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긴장할 틈도 없었다.”

손미451 역은 그렇게 배두나가 차지했다. 영화는 1849년의 태평양, 1936년의 벨기에, 1974년의 샌프란시스코, 2012년의 영국, 2144년의 서울 그리고 2346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비슷한 운명을 웅장하게 그리고 있다.

윤회를 얘기하는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에서 배두나는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 손미451을 연기하며 신비로운 모습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워쇼스키 감독이 배두나에게 보내는 각별한 신뢰, 그에 보답한 배두나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배두나는 “세상에 천재는 많고, 똑똑하고 창의적인 감독도 많다”고 했다. 그리고 “워쇼스키 남매 감독이 대단한 건 이 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예술은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믿음”이라는 말도 했다.

톰 행크스, 휴 그랜트, 할 베리 등 톱스타들과 함께 한 호흡도 배두나를 자극했다. 촬영장에서 매주 받았던 ‘주급’을 아끼려 호텔이 아닌 아파트를 임대해 쓰는 할리우드 배우들을 보며 그는 ‘충격’을 받았다.

“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최고가 된 사람들은 경쟁의식이 없더라. ‘내가 더 빛나야지’ 하는 경쟁도 없고. 매니저도 없이 혼자 촬영하러 갔기에 처음엔 혼자 노는 애처럼 앉아 있곤 했다. 그때 배우들이 먼저 다가와 친근하게 말을 걸며 예뻐해 줬다.”

배두나는 영화 속 상대역 짐 스터게스와는 지금까지도 각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최근 감독들과 함께 내한했던 짐 스터게스는 혼자 서울에 남아 배두나와 여행을 즐겼다. 둘이 다정하게 함께 다니는 모습은 여러 팬들의 눈에 띄었다.

이들에게 팬들의 호기심이 발동된 건 당연지사. 거리낌 없이 우정을 나누는 배두나의 성격이 또 한 번 오해를 부른 셈이다. 이미 올해 7월에도 어학연수 중이던 런던에서 축구선수 박지성과 함께 걷는 모습이 목격돼 여러 추측에 휘말린 바 있다.

“낯가림이 엄청 심한 편이지만 한 번 가까워진 친구들과는 잘 지낸다”는 그는 “짐 스터게스도 그런 친구”라며 오히려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반응을 부담스러워 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1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배두나는 현지에서도 관심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영화 출연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피눈물 흘리며 깐깐하게 영화를 골랐다”는 배두나는 “잘 간수한 덕분에 소모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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