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회장, 타구단 오너들과 30억 담판

입력 2013-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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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왼쪽)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구단주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KT가 입금 100억에서 30억이 된 과정

1. KT, 200억 발전기금에 가입금 포함 해석
2. 11일 이사회서 사장들 돌연 100억 고수
3. KT “추가 100억 불가” KBO에 강력 반발
4. 이석채회장, 타구단 오너들 맨투맨 설득
5. 17일 총회, 최고위층 지시에 사장들도 OK


10구단 KT의 신규회원 가입금이 3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1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존 9개 구단의 구단주 대행들이 모여 합의한 총회 결과다. 이로써 KT는 야구발전기금 200억원, 신규회원 가입금 30억원, 예치금 100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프로야구에 진입할 권리를 얻었다. 스포츠동아는 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17일 아침 “KT, 10구단 가입금 100억원 내라”라는 단독 보도를 했다. 11일 KT를 10구단 운영주체로 결정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가입비까지도 100억원으로 정했다는 내용이었다. 2011년 9구단 NC의 가입비 30억원의 3배를 웃도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총회는 이사회가 합의한 100억원이 아니라 NC와 똑같은 30억원의 가입비만 받는 조건으로 KT를 10구단으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100억원이 30억원으로 줄었을까. 그 긴박했던 과정과 감춰져있던 전말을 스포츠동아가 심층 취재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 역시 프로야구 역사가 기록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사회 이전엔 무슨 일이

이야기의 시작은 KT가 야구발전기금을 200억원으로 설정한 데서 비롯된다. KT는 200억원 안에 가입금이 포함됐다고 해석했다.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그리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봤을 터다. 사정을 아는 복수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KBO도 KT의 이런 계산법에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이나 썼기에 9구단 NC의 선례에 비춰 30억원 선의 가입금이면 될 것이라고 내심 판단한 것이다.


○이사회에선 무슨 일이

그러나 11일 이사회에서 KBO의 생각이 낙관론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프로야구 9개구단 사장단은 야구발전기금과 신규회원 가입비는 그 용처가 다르기에 KT가 발전기금으로 200억을 썼다고 가입비를 깎아줄 이유가 없다는 기본 인식을 가졌다. 오히려 KT가 이 정도로 의욕을 보였으면 가입비로도 더 써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별 이견 없이 10구단 운영주체로 KT를 사실상 승인한 뒤, KT의 신규회원 가입비 문제가 안건으로 떠올랐다. 여기서 A사장이 100억원 얘기를 꺼냈다. 곧바로 B사장, C사장이 적극 호응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구단주 대행을 겸하는 사장들까지 가입비 100억원에 찬성을 했다는 것이다. D사장은 “더 받아야 되는데 100억이면 참겠다”는 말까지 했다.

동석한 KBO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는 전언이다. 구 총재는 말을 머뭇거렸고, 양 총장은 넌지시 “30억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고 타진을 해봤다. 그러나 곧바로 “30억이면 야구 하지 말라고 해라”는 사장단의 강경한 반발이 나왔다. 구 총재는 이 타이밍에서 가입비 30억 카드를 더 이상 밀고 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바로 이 시점부터 KBO는 우회루트를 떠올린 셈이다. 구단 사장단은 KT의 가입비는 100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믿고 자리를 파했다. 스포츠동아 취재 결과, 절대 다수 사장은 17일 총회 결과를 발표할 때까지 가입비를 100억원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회 이후엔 무슨 일이

KBO는 KT에 가입비 100억원을 낼 수 있는지를 일단 타진했다. 그러나 KBO를 향한 KT의 반발은 격렬했다. KT는 내부적으로 임시 이사회까지 열었다. 여기서 ‘100억원을 추가 부담할 바엔 차라리 야구단을 접겠다’는 벼랑 끝 전술까지 나왔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야구단 운영의지가 강렬했던 KT는 표면적 강경책 외에 KBO와 ‘공조’를 띤 읍소책으로 가입비 문제의 돌파를 노렸다. KT의 수장인 이석채 그룹 회장이 특유의 추진력을 발휘했다. 이 회장은 아예 구단 오너들을 직접 공략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모 구단 구단주이기도 한 그룹 대기업 회장은 구단 측에 “NC는 가입비를 얼마로 했느냐”고 물었고, “30억원”이라는 대답에 “그걸로 하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KBO와 KT가 원하던 액수까지 낮춘 것이다. KBO도 구 총재가 손수 네트워킹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구단 사장은 “총재가 영향력을 발휘한 것 같다”고 KT의 가입금 30억원을 풀이했다.


○총회에선 무슨 일이

17일 총회에 참석한 구단주 대행들 상당수는 사실 야구 외에 바쁜 업무가 많기에 이사회가 정한 KT의 가입금이 30억원인지 100억원인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인사가 상당수였다. 이 와중에 가입금 100억원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C구단의 구단주 대행이 예상을 깨고 “30억으로 합시다”고 운을 뗐다. ‘그룹 최고위층을 공략하겠다’는 KBO와 KT의 작전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E구단 구단주 대행이 “말이 되느냐? 이사회에서 정한 100억으로 해야지”라고 반박했으나 더 이상 논의가 안됐다. 예외적으로 총회가 2시간이나 걸리자 구 총재가 30억 카드를 다시 들이밀었고, 순식간에 관철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100억으로 가입금을 정했고, 17일 아침까지도 그렇게 알았던 사장들도 KBO 최종 의결기구이자 그룹 최고위층이 정한 사안이기에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일부 사장들은 “구단주 대행까지 겸하는 사장들 좀 취재해 봐라”고 할 정도로 이사회와 총회에서 다른 입장을 보인 사장들을 향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구 총재는 총회 직후 소외감을 느꼈을 이사회 사장단에게 “많이 양보해줘 미안하고 고맙다”는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KT의 가입금은 당초 10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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