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대의 새로운 해법을 찾아서 "영어와 논술의 접목"

입력 2013-02-04 10: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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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학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중학교 내신 절대평가가 이미 시작되었으며 대입의 기초인 수능의 변별력 약화가 본격화되었는데, 이는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상대평가에 기초한 학과 성적을 평가의 축으로 두던 오랜 입시 관행의 틀이 무너지고 점차 교과 성적 외의 능력까지 중요시 평가하는 ‘다면평가’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논구술 시험이 학교 시험과 입시에 적용되면서 ‘읽어내는 힘-생각하는 힘-표현하는 힘’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교육 정책은 기존의 이러한 정책을 큰 변화없이 연계할 전망이다. 향후 입시와 학습의 변화를 요점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술형 평가 시험의 급속한 확산이다.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가 대부분이던 초중고 시험 양식에 사고력 향상을 목적으로 서술형 평가 문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전체 문항의 20~30%까지 확대되다가 2013년부터 전체 문항의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전체 시험 문제의 절반이 서술형 평가로 채워지는데다가 서술형이 객관식에 비해 배점이 높아서 한 개라도 틀리면 큰 폭으로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한 문제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객관식 문제는 30%만 알아도 감으로 정답을 찍을 수 있지만, 서술형 평가는 80& 이상을 이해해야 정답을 쓸 수 있다. 서술형 문제 중에는 일부 딱히 정답이 없고, 풀이 과정, 창의적 사고력 등이 평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즉 이제는 학교 시험도 제대로 원리 개념을 이해하고, 교과서 내용 외의 연관 배경 지식을 충분히 쌓아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중고교 및 대학 입시에서는 논술과 면접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수동적으로 학교에서 정해준 범위 내에서 단순 암기식으로 공부해 고득점을 받아 ‘우등생’ 대열에 합류하고, 그 학생들이 명문 학교에 진학하는 구조로 지금껏 입시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통합적 사고력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선 기존의 시험 평가 제도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시대에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수동적이고 단순암기형, 획일적인 평가를 벗어나 주기주도적인 지식, 창의성,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논술과 구술면접 등을 입시에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제중, 특목고 및 자사고, 대학입시 등 전체 학년 전체 입시에서 예외가 없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글과 말로 표현하는 ‘표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세 번째, 통합형 지식이 중요해진다. 현재 학습과 입시는 ‘자연계열’, ‘인문계열’로 각각 나눠 진로지도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서울대 입시에서 문이과 교차지원을 일부 학과에 한해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문이과의 벽도 허물어질 전망이다. 사회에서 수학의 원리를, 과학에서 사회의 원리, 기계 생산에서 생명존중의 철학을 접목시키는 등의 융합형 지식이 점차 강화된다는 점도 변화의 큰 틀 속에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새로운 인재’를 원하는 시대를 맞이해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시대의 대세에 뒤떨어진 채 구태를 반복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더 많다. 숏 커트가 유행인 시대에 장발을 펄럭이고 다니는 형국이다. 아직도 과거 입시 제도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단순 선행, 경시대회 수상 등을 위해 새벽까지 사교육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많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논술형, 인문학 시대’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딱히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영훈과 대원 등 국제중학교, 하나고 용인외고 민사고 등 자율형사립고 등 커리큘럼의 자율성이 인정되는 몇몇 학교에서만 독서와 토론논술식의 수업 방식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국내 학력이 인정되어 ‘글로벌 특목고’로 떠오른 제주와 송도 등의 국제학교는 선진국형의 세련된 논술식 커리큘럼이 가동되고 있다. ‘IB (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도입한 NLCS Jeju는 영어와 논술을 접목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유리한 글로벌 전형이 국내 명문대를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입시와 학습의 틀을 과감히 깨는 결단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논술형 시대에는 ‘읽고 생각하고 말과 글로 표현하기’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도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어요!’,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라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제 성적 향상을 위해 국영수 학원 가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논술형 학습’에 할애해야 할 때이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자료제공 : 7Men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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