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장전’의 재해석…살그머니 웃음이 난다

입력 2013-03-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방자(임기홍 분)와 ‘살짜기 옵서예’의 마스코트 ‘웃는 하르방’.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파격적인 캐스팅, 홀로그램, 3D맵핑영상 등 최첨단기술로 구현한 신선한 무대로 관객의 갈채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CJ E&M

■ 韓 첫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조선후기 배비장전 원작…7번째 리바이벌
고전 해학의 맛깔나는 현대적 해석 볼거리
배비장 홍광호-애랑 김선영 사랑타령 압권

온 동네 입소문을 내고 찾아와도 모자랄 판에 관객에게 ‘조용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오시라’는 공연이 있다. 바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본 사람도 많지만, 보지 않고도 아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작품이다. 그것도 ‘최초’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꿰차고 있다.

반세기에 가까운, 무려 47년 전인 1966년 서울 시민회관(현재는 세종문화회관이 자리하고 있다)에서 첫 선을 보여 불과 나흘 동안 무려 1만6000명을 동원해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여주인공인 애랑 역은 가수 패티 김. 대중이 알고 있는 패티 김의 히트곡 ‘살짜기 옵서예’가 바로 이 작품의 테마곡이다.

어쨌든 ‘살짜기 옵서예’는 이후에도 무려 다섯 번이나 리바이벌 됐고, 요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일곱 번째 ‘살짜기 옵서예’가 절찬 공연 중이다(3월 31일까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살짜기 옵서예’는 우리나라 조선후기의 고전소설인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고전의 해학을 오롯이 살리면서 당대의 관객 눈높이에 들도록 어떻게 세련되게 풀어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배비장’역 홍광호(왼쪽)와 ‘애랑’역 김선영. 사진제공|CJ E&M



● 홍광호의 ‘배비장’·김선영의 ‘애랑’ 잘 어울리네

이번 ‘살짜기 옵서예’는 상당히 좋은 점수를 얻을 만하다. 배비장과 애랑의 애틋한 사랑타령에 무게를 두다보니 고전의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도 없지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랑타령’은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불패아이템 중 하나다.

파격적인 캐스팅도 화제가 됐다. 아닌 게 아니라 홍광호가 배비장을, 김선영이 애랑을 맡았다는 건 꽤 놀랍다. 두 사람이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성량’으로만 우열을 가린다면 1위 자리를 남 주기 싫어하는 ‘화통 성대’를 자랑하는 카리스마 배우들이 아니던가.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그리고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공연장 천정을 들썩이게 만들며 카리스마를 과시하던 홍광호가 개구멍에 들어가 관객에게 엉덩이춤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엘리자벳’에서 ‘나는 나만의 것’을 절규하던 김선영도 마찬가지. 그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러 온 정비장에게 “앞니 하나 뽑아주고 갑서”하며 허리를 살살 비트는 장면에서는 ‘그 동안 우리가 김선영이란 배우를 잘 못 알고 있었나’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두 사람의 변신은 놀라우면서도 신선하다. 그리고 상상외로 재밌다. 홍광호는 최재웅과 배비장 역을 번갈아 맡고 있다.

극의 총체적 웃음은 방자가 맡는다. 김성기, 임기홍은 겉으로는 어눌해 보이지만 뱃속에는 꼬리 아홉 달린 영악한 여우를 품고 있는 방자로 등장해 배비장을 농락한다. 애드리브인지 원래 대본인지 헛갈릴 만큼 대사 하나하나가 맛깔스럽고 웃음을 자아낸다.

애랑의 부르는 테마곡 ‘살짜기 옵서예’와 배비장이 애랑을 그리며 부르는 ‘그 얼굴뿐인데’는 집중청취 요망곡. 서로의 입장을 대비시키고 있지만, 본 바탕 멜로디는 같다는 점도 재밌다.

마지막으로 관람 팁 하나. 극 중 등장하는 4미터짜리 대형 하르방은 방자의 노래가 끝나면 심청이 찾은 심봉사처럼 눈을 꿈쩍이다 종내는 번쩍 떠 관객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 심지어 미소마저 짓는다. 입체 조형물에 영상을 입히는 3D 맵핑이 마법의 비밀이다.


감동 ★☆☆☆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레미제라블이 최고다


웃음 ★★★☆
방자와 정비장이 빵빵 터뜨려준다


음악 ★★☆☆
친숙한 멜로디. 그러나 조금은 밋밋


무대 ★★★☆
제주의 이미지를 잘 활 용했다. 하르방 최고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