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 역풍…돈보다 질로 ‘공감’ 잡아라!

입력 2013-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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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그저 ‘돈벌이’로 보는 지나친 상업적 경향은 10년 동안 공들인 한류라는 탑을 무너뜨리고 일방적인 문화 전파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한류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은 가장 한국적인 코드로 ‘문화는 공감이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가수 싸이. 스포츠동아DB

■ 겨울연가 10년 한류 10년

1. 배용준이 말하는 한류
2. 한류의 힘, 스타를 얻다
3. 한류 현장을 가다
4. ‘신대륙’의 꿈
5. 미래 10년의 주역을 만나다

6. ‘포스트 한류’, K-컬처로 간다


日 “한류,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일상”
일부 아이돌 빼곤 인기가 예전만 못해

국가브랜드 하위권 ‘한류 지속’ 적신호
지나친 상업성…일방적 문화전파 우려
질 좋은 콘텐츠로 ‘문화적 공감’ 얻어야

1. ‘2001년 1125만→2002년1459만→…→2005년 7599만→2006년 2451만→2007년 2439만→…→2009년 1412만 달러….’

2001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액 흐름(영화진흥위원회)이다. 한국영화는 2000년대 초반 새 중흥기에 들어서며 1000만 관객 영화를 탄생시키는 등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상당 기간 침체를 겪었다. 빈약한 스토리, 장르의 편중, 거품 투자자본 등 여러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이는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본 수출 비중이 크게 줄어 2006년엔 전년 대비 무려 82.8%나 급감했다. 한류스타 주연작들이 고가에 팔렸지만 현지에선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흥행작들조차 해외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사무소(‘일본 방송국의 한국 드라마 편성 현황’ 자료, 이하 일본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NHK의 ‘동이’와 ‘시크릿가든’을 비롯해 TBS, TV도쿄 등 지상파와 위성방송 등 모두 30개 채널이 229편의 한국 드라마를 방송 중이다.

일본사무소는 “한일관계 악화 이후 한국 드라마 편성 감소가 예상됐지만 편성량은 다소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작년 8월 이후 후지TV ‘한류알파’ 편성 중단, 독도 수영횡단 프로젝트의 송일국 주연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강력반’ 등 편성 교체를 제외하고 한일관계 악화 여파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사무소는 이를 “이미 구매한 작품의 소화 혹은 라인업 유지에 따른 편성 증가 가능성”으로 봤고, “DVD 시장의 급격한 축소, 드라마 구매가의 상승, 엔저 현상의 지속” 등이 “일본의 한국 드라마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구매력 감소를 예상”하게 한다고 썼다.

두 가지 지표는 한류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듯하다.

영화 수출액 흐름은 국내 흥행과 산업 상황에 따라 곡선을 그린다. 2010년까지 감소세의 수출액은 2011년부터 조금씩 늘어나 지난해에는 2017만달러였다. 실제로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건축학개론’ 등을 시작으로 ‘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에 이르며 한국영화가 다시 흥행했던 때다. 물론 이들 영화들이 해외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돼 현지 개봉을 통해 흥행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국내 흥행과 시장의 호황은 결국 콘텐츠의 질을 높이면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이를 통해 커진 시장은 다시 해외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는 설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 방송사의 한국 드라마 편성 현황에선 한류의 지나친 상업적 경향과 향후 불안정한 전망을 읽을 수 있다. 현지에서는 “한국 프로그램의 질이 낮아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한류 에이전트는 “일본 측이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에 수입액 상한선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류스타를 앞세운 드라마를 고가에 샀지만 별 시선을 끌지 못했고 더 이상 비싼 값에 드라마를 살 명분이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부 아이돌 그룹을 빼곤 대부분의 케이팝 스타들도, 적어도 일본에서는 예전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 뿌리내린 한류는 이제 일상적 문화가 됐다고 말한다. 예전처럼 폭발적인 관심은 없지만 일상에서 한국문화에 익숙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닛칸스포츠 쿠보 하야토 편집장은 “한국 가수든, 드라마든 취향에 맞고 재미있으니 보고 듣는 것이다. 더 이상 한국 드라마, 음악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대신 이제 일반적인 문화현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더 구체적인 지표 하나. 지난해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국가브랜드 지수 모델’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브랜드(2011년 기준)는 실체 15위, 이미지 19위다. 이전 3년치와 비교해 실체는 상승세이지만 이미지는 별 차이가 없다. 특히 실체 측면에서 유명인과 현대문화는 각각 세계 10위권이지만 이미지면에서는 20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따라서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회의하게 한다고 조사 주체 측은 밝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일부에서는 지나친 상업적 경향을 꼽는다. 김대규 디지코아㈜ 대표는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인 태도는 장기적 관점에서 좋지 않다. 하나 더 팔아서 돈 좀 더 벌어 보자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스타 장근석도 “한류를 단순히 티켓 장사, 돈벌이로만 보는 일부의 욕심이 아쉽다”고 말한다.

이런 상업성은 일방적인 문화 전파의 우려를 낳는다.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는 “이미 다양한 장르의 한류 콘텐츠가 일본에 유입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당연하다”면서 각국이 고유의 문화 산업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여전히 한류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굳이 경제적 지표를 나열하지 않아도 한국 문화콘텐츠는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으로도 퍼져가고 있다. IT기술을 발판 삼은 SNS 등을 통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시장도 넓어졌다. 김영민 대표는 “문화의 힘은 막지 못한다. 케이팝 등 한류 콘텐츠는 여전히 시장성을 갖고 있고 전망도 밝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좋은 콘텐츠의 힘”이 더욱 중요해졌다.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김대규 대표)해 “이제부터는 작품”(쿠보 편집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 팝 음악을 그럴 듯하게 ‘흉내낸’ 아이돌그룹과는 달리 서구인이 할 수 없는 것을 보여준 싸이가 ‘한국적인 것’이라는 새로움을 보여줬다.”

결국 위 두 지표가 말해주듯, 한류와 관련해 국내에서 성공한 콘텐츠에서 출발하고, 일방적·상업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문화는 공감이다”(‘한류백서’, 문화체육관광부 재인용)는 명제를 되새겨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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