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오지환, 오리궁둥이가 고마운 이유

입력 2013-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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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그런데 봄을 지나 바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듯한 느낌이네요. 4월까지만 해도 겨울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로 이상저온 현상이 계속되더니, 봄기운을 음미할 새도 없이 날씨가 더워지고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만큼이나 프로야구 순위싸움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뒷얘기를 전하는 ‘톡톡(Talk Talk) 베이스볼’은 엉덩이 때문에 살아난 LG 오지환의 사연부터 시작합니다.

힙 업 엉덩이 덕분에 부상 피한 오지환

○…LG 오지환은 100만불짜리 엉덩이를 가진 선수로 유명합니다. 약간 오리궁둥이인데, 제대로 ‘힙 업’이 되어 있죠. 뒤에서 보면 마치 중남미 선수들처럼 엉덩이가 허리에 찰싹 붙어있는 듯한 자태입니다. 그런데 오지환은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업’된 엉덩이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9회초 타석에서 롯데 구원투수 강영식이 던진 볼에 엉덩이를 맞았는데요. 통증이 심한 듯 표정이 일그러지더군요. 꼬리뼈 쪽을 맞은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경기장에 만난 오지환은 “엉덩이에 제대로 맞아서 허리까지 통증이 올라왔다”면서도 “다행히 경기 출전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계방송 화면상으로는 꼬리뼈를 맞는 것처럼 보였다”는 기자들의 말에 오지환은 “다행히 꼬리뼈는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한 가지 비밀을 털어놓더군요. “볼이 꼬리뼈까지 올 틈이 없어요.” 다시 말하면 볼이 꼬리뼈를 향해 날아와도 탄탄한 엉덩이가 이를 막아준다는 겁니다. 그의 엉덩이가 얼마나 ‘업’되어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가시죠?

박석민의 ‘모범답안’에 혀 내두른 류감독

○…12일 포항 KIA전을 앞둔 삼성 덕아웃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하루에 4안타를 친다고 생각해봐라. 아무리 4시간 넘는 게임을 해도 절대 피곤하지 않다. 아파도 아프지 않고 야구가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멀리 있던 박석민을 불렀습니다. 허리 부상 후 요즘 방망이 부진을 겪고 있는 중심타자 박석민은 마침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상태였죠. 한 타임 쉬어가라는 류 감독의 뜻이었습니다. 박석민을 부른 류 감독은 대뜸 물었습니다. “요즘 야구 재미없지?” 능글능글한 성격의 박석민이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팀만 이기면 재미있습니다.” 류 감독이 “공식 코멘트 말고 진심을 말해봐”라고 찔러봤지만, 박석민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팀만 이기면 됩니다!” 그런데 잠시 후 박석민이 살짝 한발 물러서 고백(?)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운동하러 오기 전에 (라인업에서 빠지는 것을 모르고) 아내에게 (안타) 두 개 칠 거라고 큰소리 뻥뻥 쳐놨습니다.” 라인업 제외가 조금은 섭섭하다는 표정이었죠. 류 감독은 기대했던 답이 나왔다는 듯 껄껄 웃더군요. 그런데 박석민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다시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해 덕아웃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쓰러뜨렸습니다. “그래도 야구는 재미있습니다. 팀만 이기면 저는 못 나가도 재미있습니다!”

은행원이 될 뻔했던 김경문 감독

○…신생구단 NC의 1군 데뷔를 이끌고 있는 김경문 감독의 첫 번째 직업은 무엇이었을까요? 열이면 열 “프로야구선수”라는 답을 합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사회에서 처음 월급을 받았던 곳은 다름 아닌 은행이었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김 감독이 고려대를 졸업하던 1982년에 때마침 프로야구가 출범해 원년 멤버가 됐지만, 1980년대 초반 포수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던 그는 당시 명문 실업팀이었던 한일은행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답니다. 한화 김성한 수석코치가 한일은행 입단 동기가 될 뻔했는데, 대학 4학년 초에 명동 지점에서 함께 교육도 받았다고 하더군요. 지금으로 치면 수습, 또는 인턴사원의 개념인데요. 김 감독은 “야구선수지만 똑같은 은행원이기 때문에 돈을 세서 기록하는 법, 그리고 고객들에게 인사하는 법 등을 교육받았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지만 월급도 받았다”며 그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당시에는 실업팀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고 일반 은행원이나 회사원으로 변신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중후한 매력이 있는 김 감독이기게 ‘뱅커’도 썩 잘 어울렸을 것 같네요.

‘코끼리 감독’은 자학개그의 달인

○…“송창식? 야수가 에러해도 흔들리지 말라고 마운드에 말뚝을 박아 묶어놓을까?”, “유창식? 선발 안 되겠어. 선발 나가면 머리가 띵 하나봐. 아주 미치겠어”, “최진행이 살아났다고? 무슨 죽다가 살아나는 약을 먹었나봐”, “타자는 타격왕 3번, 투수는 10승 3번은 해야 CF에 나갈 수 있는 스타가 되는 거 아냐?”, “나성범? 난 우리 선수도 파악을 못 했어. 머리가 이제 끝났나봐.” 한화 김응룡 감독이 최근 취재진과 나눈 대화입니다. 기자가 질문만 하면 김 감독은 즉흥적으로 자학개그를 쏟아냅니다. 김 감독은 해태와 삼성 시절 표정 하나, 행동 하나만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던 카리스마의 화신이었죠.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덕아웃에서 외국인선수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왕성한 혈기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요즘 김 감독은 과거의 무뚝뚝함이나 카리스마 대신 온화한 표정과 포복절도할 유머로 취재진의 배꼽을 잡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유의 단순 화법은 변함없지만, 자학개그가 가미되면서 매우 절제되고 함축적인 유머가 발산됩니다. 세월이 그를 변하게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현재 처한 상황 때문에 변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아무튼 ‘코끼리 감독’의 변신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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