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LIFE] 머릿속을 파랗게 물들이다…‘힐링의 섬’ 영산도

입력 2013-05-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산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선정돼 자연친화적이고 스토리가 있는 테마마을로 조성되고 있다. 영산8경의 백미인 석주대문. 석주대문은 바닷물이 바위를 빚어 만든 아름다운 석문이다. 사진제공|국립공원관리공단

■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거듭나는 영산도

흑산도서 10분 거리 28가구 거주 ‘외딴 섬’
섬이 가라앉겄네…관광객 발길 부쩍 늘어
영산8경에 취해 걷다보면 신선이 된 기분

홍합미역국·광어가 일품…간재미도 제철
제2의 관매도? 주민과 공생 ‘명품마을’로

“아따, 섬이 가라앉아부러겄네. 사람들 겁나게 와부렀어. 이 섬에 살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건 처음 본당케”

마을 어귀서 만난 한 촌로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뿜어내며 신기한 듯 우리를 쳐다봤다. 방문객은 20명 남짓. 그리 큰 규모는 아닐 텐데 손은 뒷짐을 지고 새우등처럼 굽은 허리를 방아 찧듯 까닥까닥 거렸다. “아니, 왜 그러시지?”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영산도. 목포에서 서쪽으로 94km 떨어진 조그마한 섬. 전남 신안군 흑산도 목젖에 애처롭게 손을 내민 채 위태롭게 매달려있다. 가는 길은 녹녹치 않다. 목포서 쾌속선(하루 2회 운행) 타고 2시간 달리면 흑산도가 반겨준다. 흑산도에서 다시 작은 어선을 타고 10분여를 더 가야한다. 이 섬엔 28가구 45명만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칠순을 넘는 어르신들. 그간 흑산도 홍도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한지 오래. 활처럼 휜 작은 모래 해안 위로 딱정벌레를 닮은 집들이 고즈넉하게 붙어있다.

이런 외딴섬 영산도가 요즘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곳에 영산도 명품마을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 명품마을은 국립공원내 마을을 선정해 주민의 안정적 소득증대를 통해 ‘지역주민은 살고 싶고, 탐방객은 찾고 싶은’ 지속가능한 마을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한혁 과장은 “영산도는 제2의 관매도로 클 가능성이 큽니다. 조만간 서남해안의 명품 힐링마을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산 10리길 트레킹& 후박나무 힐링 숲

영산도는 신령의 섬이다. 아침이면 파도소리와 새소리만 들릴 뿐 다른 잡음은 없다. 마치 진공상태 같다. 담은 벽화로 채색돼 있다. 동화의 나라 같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옆엔 손바닥만한 밭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홍어를 닮은 밭엔 짙푸른 청보리가 오월의 끝자락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을 골목길과 청보리 밭길을 어슬렁어슬렁 거닐다보면 머릿속이 파랗게 바뀐다. 잡생각은 바닷바람에 실려 하늘로 날아간다. 20여분만 걸으면 마을 산보 끝. 좀 아쉽다 싶으면 마을 어귀 당산을 지나 마을을 자궁처럼 감싸 안은 능선길을 걸어도 좋다. 약 3km 정도로 조금 가파른 듯 보이지만 연인끼리 손잡고 걸을 만 하다.

마을 뒤편엔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다. 후박나무는 열대에 서식하는 상록활엽수. 체기를 뚫어주고 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후박나무 숲에 마련된 힐링체어에 누워 있으면 신선이 된 기분이다.


● 꿈엔들 잊으랴 영산8경…코끼리바위에 취하고 비성석굴에 놀라고

누군가 말했다. ‘파도는 부서지고 싶다. 차라리 닳아지고 부서져 아름답고 싶다’라고. 영산도의 거친 태풍과 파도는 차라리 부서져 아름다운 영산8경을 조각했다. 영산도의 해안은 보석이다. 배로 섬 일주를 하다보면 영산8경의 백미인 ‘석주대문’을 만날 수 있다. 코끼리를 닮아 코끼리바위라고도 불린다. 옛날 중국 청나라와 교역할 때 배가 풍랑을 만나면 신이 만든 거대한 돌대문(코끼리 코)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석주대문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는 천하제일로 소문나 있다.

또 하나의 명소는 비성석굴. 파도가 몰아칠 때 바위 구멍에서 세차게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며 크게 코고는 소리가 나는 신비한 굴이다. 어떤 때는 10m 이상 물보라가 뿜어져 나온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층암절벽서 떨어지는 폭포물로 만병을 고친다는 전설이 담긴 비류폭포도 볼거리.



● 사람이 좋다. 먹을거리가 좋다…영산도에 가고 싶다

영산도엔 ‘천재’가 있다. 흑산초등학교 영산분교 4학년 최바다(11)군이 주인공. 이곳 이장의 아들이다. 낚시의 귀재. 9개의 낚싯대로 못잡는 고기가 없단다. 잡은 고기를 낚시꾼들에게 팔아 아버지 일당보다 더 벌기도 한단다. 과외를 한 적은 없지만 공부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전교회장도 도맡아 한다. 비결은? 전교생이 단 1명.

영산도 특산물은 전복 홍합 거북손. 양식은 없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직접 수확한다. 마을의 식당은 단 1곳. 옥호는 부뚜막. 일종의 슬로우푸드 샵이다. 홍합미역국과 자연산 광어가 일품이다. 요즘엔 간재미가 제철이다. 어가 민박도 체험할 수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지원해 신축한 테마형 팬션이 있다. 15평형 1동과 8평형 2동이 있다. 숙박 시설이 충분하지 않으니 미리 연락하고 가는 게 좋다.(예약 최성광 이장 010-7330-7335)

영산도는 ‘고요한 아침의 섬’이자 ‘힐링의 섬’이다. 특히 이른 아침의 풍경은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다. 흑산도 홍도 여행을 꿈꾸는 탐방객들이라면 영산도에서 하루 밤 묵으면 좋을 듯하다. 영산도에서의 하루 밤은 여운이 오래간다. 벌써 영산도가 그립다. 아, 그 섬에 가고 싶다.

영산도(신안)|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