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기자의 여기는 베이루트] 경기장 인근서 한때 총격전…탱크 등 10여대 배치 치안 만전

입력 2013-06-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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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현지 분위기는 생각만큼 흉흉하지 않았다. 5일(한국시간) 한국-레바논의 월드컵 최종예선이 열릴 스포츠시티스타디움 앞에는 탱크와 장갑차 10여대가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지만 베이루트 시내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평온해 보인다. 베이루트(레바논)|박상준 기자

숙소 주변은 평온…이동국 “경기만 집중할것”

햇살을 머금고 파랗게 빛나는 지중해가 보이자 비행기는 착륙을 준비했다. 현지시간 1일 점심 무렵 도착한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은 한산했다. 까다롭게 굴 것으로 생각했던 입국 심사는 별 탈 없이 한국 취재진을 받아들였다. 택시 기사들은 떠들썩한 목소리로 외국인 관광객들과 택시비를 놓고 흥정을 벌였다. 레바논은 여느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재진을 호텔로 이끈 택시 기사가 “베이루트는 아름다운 해변과 산을 갖고 있다”면서 가이드 역할을 했다. 위협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교두보가 될 레바논 원정 경기(한국시간 5일 오전 2시30분)를 갖는다. 승리한다면 본선행의 9부 능선을 넘는 중요한 일전이다. 그러나 경기를 앞두고 흉흉한 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내전 중인 시리아의 시아파 알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크고 작은 소요가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 약 2Km 부근에서 로켓 포탄이 떨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다. 나흘 뒤에는 경기장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경기가 열리는 스포츠시티스타디움은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남쪽으로는 헤즈볼라 근거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치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레바논 당국은 탱크와 장갑차 10여대를 배치하면서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외교부의 건의를 받아들여 원정응원을 취소했다. 레바논은 일찍부터 전 지역이 여행자제(여행경보 2단계) 및 여행제한(3단계) 지역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현지는 평온한 분위기였다. 호텔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레바논이 위험해지거나 하진 않았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고 웃었다. 실제로 숙소 인근 함라 지역의 대로에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길거리를 내달리는 자동차와 도로 양 옆에 위치한 화려한 카페에서 음악 소리가 요란하게 북적였다. 짧은 탱크 탑과 핫팬츠로 멋을 낸 여성들이 길거리를 활보했다.

대표팀도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공격수 이동국은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축구장에 별 일이야 있겠는가. 북핵 문제처럼 외부에서 더욱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내전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현지인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루트(레바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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