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기성용 트윗질 비겁하다”

입력 2013-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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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재임하며 불거졌던 논란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다. 전주|박상준 기자

■ 전북 복귀 최강희감독의 솔직한 돌직구

리더 자격 운운…용기 있으면 찾아왔어야
롱볼 축구? 조급함에 내 스타일 잃었었다
성실했던 김남일, 그렇게 예민할 줄이야…
수비수는 O형보다 집중력 강한 B형 제격

전북 현대 최강희(54) 감독은 1년6개월간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다. 그는 “수차례 고사했지만 대표팀을 맡게 됐다. 시한부였다. 월드컵 준비 과정과 본선에서 불행한 감독이 나와선 안 된다. 축구협회, 한국축구 모두 상처를 안았고, 큰 손실을 봤다”고 토로했다. 최 감독은 당면목표인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성공하고도 부진한 경기력으로 큰 질타를 받았다. ‘대표팀 내 파벌이 있다’ ‘이동국만 편애 한다’ 등 갖가지 루머가 터져 나왔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 ‘봉동이장(전북축구단의 숙소가 있는 완주군 봉동읍에서 따온 별명)’으로 복귀한 최 감독을 1일 전주 시내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대표팀 재임 기간 불거진 수많은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털어놨다.

● 기성용, 비겁한 변명

“용기가 있으면 찾아와야지. 그런 짓은 비겁해.” 최 감독은 기성용(24·스완지시티)에게 거침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기성용은 6월1일 트위터에 “리더는 묵직해야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고 남겼다. 기성용은 허벅지 부상으로 최종예선 마지막 3연전(레바논-우즈베키스탄-이란) 명단에 빠졌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메시지라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다. 당시 대표팀은 레바논과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었다. 기성용은 논란이 커지자 교회 설교의 일부였다고 했다. 개운치 않은 해명이었다. 최 감독은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이천수나 고종수처럼 욕먹어도 자기 표현하는 선수들이 좋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 뒤 “용기가 있으면 찾아와야 한다. 그런 짓은 비겁하다. 뉘앙스를 풍겨서 논란이 될 짓은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선수와 감독은 그릇이 깨지듯 산산조각 나는 관계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최 감독은 “한번 상처로 갈라질 수 있지만 남자는 다시 돈독해 질 수도 있다. 지도자가 무작정 선수의 개성을 틀 안에 가두는 것도 좋지 않다”고 여운을 남겼다.

● 롱 볼 축구? 조급해서 내 스타일 잃어

최 감독은 ‘뻥 축구’ 논란에 자신의 스타일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최 감독은 전북 시절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정작 대표팀에서는 장신 김신욱(울산·196cm)을 이용한 단조로운 패턴으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지도자 생활하면서 킥을 억제시켰다. 사이드 파괴해서 유효 크로스를 올려야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지론을 폈다. 김신욱은 대표팀에서 누구보다 희생적이고 열심이었다. 최 감독은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최 감독은 “(김)신욱이가 들어가도 훈련은 패스 위주로 됐다. 다만 마지막 승부가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레바논(1-1 무승부)을 잡고 홈 2연전을 느긋하게 치르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잔소리가 늘고 그림을 그리면서 전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레바논전 이후 쫓기는 승부하다보니까 전혀 다른 스타일이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김남일, 의외로 소심·예민?

최 감독은 김남일(인천)의 다른 모습을 봤다고 했다. 인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김남일이 대표팀에서 무게를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훈련 태도는 아주 성실하고 모범적이었다. 그런데 지나치게 예민했다. 최 감독은 “대표팀 와서 자기가 민폐 끼치는 것은 아닌지 근심·걱정이 많더라. 편안하게 하라고 수차례 말해도 그게 안 됐다”고 했다. 심리적 부담 때문에 레바논전 풀타임 후 햄스트링 부상까지 왔다. 김남일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두고 홈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하려던 최 감독 계획도 틀어졌다.

● 수비수는 B형이 좋아

최 감독은 혈액형으로 얼추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B형은 성취욕이 강한 반면 O형은 성격은 좋지만 덜렁거리고 종종 집중력을 잃는다. 최 감독은 중앙수비수 김영권(광저우)에 대해 “팀에서 주로 지배하는 경기를 많이 한 선수다”고 평했다. 그는 이란전을 앞두고 김영권에게 “오늘은 상대공격수 붙여서 드리블하지 말고 애매하면 걷어내라고 했다”고 조언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김영권은 단 한차례의 치명적인 실수로 이란에 결승골을 허용했다. 경기 후 김영권은 새파랗게 질려 초죽음이 돼 있었다. 최 감독은 “악수하고 괜찮다고 했는데 쉽게 지워지진 않을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영권은 O형이다.

전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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