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틸타 스윈턴 “봉준호 감독, 히치콕과 같은 수준”

입력 2013-07-30 2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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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틸다 스윈턴과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은 이렇다. 2012년 칸 영화제에서 스윈턴은 봉 감독에게 “당신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설국열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남자 캐릭터였던 열차의 2인자이자 총리인 메이슨은 여자로 수정됐다.

스윈턴은 “우리는 만난 순간부터 영화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봉 감독과 나는 무척 잘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린 전생의 쌍둥이가 아니었을까.(웃음)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스윈턴이 2011년 ‘설국열차’ 출연을 위해 봉 감독을 만났을 때 이미 체력은 고갈된 상태였다. 그는 “농부가 힘든 추수를 끝냈을 때 기분”이라고 했다. 그 때 당시 제작과 출연을 동시에 했던 영화 ‘줄리아’와 ‘케빈에 대하여’를 막 마쳤을 때였다.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봉 감독과 손을 잡은 것이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봉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재미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스크립트를 받고 무척 흥미로웠다. 촬영기간은 내게 쉼 같았다. 봉 감독의 영화는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줬고 내 삶을 환기시켰다. 마치 파티에 초대받아 즐기는 기분이었다.”

그는 ‘살인의 추억’을 처음 본 순간부터 봉 감독을 만나고 싶었다. 이미 봉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던 스윈턴은 설국열차를 함께하며 그의 능력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봉 감독의 영화가 왜 독특한지 함께 작업하며 알았다. 그는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영화를 설계함과 동시에 혼을 담아 촬영한다. 내가 달인의 틀 안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관객을 끌어당기는 묘한 에너지가 있다.”

이어 스윈턴은 “봉 감독은 섬세하지만 권위가 있다. 배우들에게 재갈을 물린 채로 고삐를 쥔 상태에서 ‘액션’을 외치는 동시에 재갈을 풀어준다. 그러면 배우들은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좋은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걸 봉 감독과 촬영하며 느끼게 됐다. 나는 히치콕 감독을 가장 좋아하는데 봉 감독은 그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라고 극찬했다.

1986년도 데릭 저먼 감독의 ‘카라밧지오’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틸다 스윈턴은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사회정치학을 공부했던 스윈턴은원래 작가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한 극단에 속해있는 친구 때문에 연기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도 내가 배우인지 반신반의하다”며 웃었다.

“연기와 글을 쓰는 것은 다르지 않다. 연기를 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면 또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늘 ‘이게 마지막 영화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봉 감독 같은 사람이 내 인생에 들어오면 달라진다. ‘설국열차’를 보면 내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사진제공|모호필름/오퍼스픽쳐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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