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최용수 “광민이가 영어학원 다닌답니다”

입력 2013-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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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스포츠동아DB

최용수감독, 합숙 없앤 뒤 공부하는 제자에 흐믓

“광민아, 너 어딘데 그렇게 조용히 전화를 받니?”

“아, 감독님. 저 영어학원입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7일 부산 아이파크와 FA컵 8강전을 하루 앞두고 저녁에 공격수 고광민(25·사진)에게 전화를 했다. 최 감독은 빡빡한 경기일정과 더운 날씨를 고려해 부산 전에는 고광민 등 4∼5명의 벤치멤버를 선발로 냈다. 전술 지시도 하고 평소 소심한 성격의 고광민에게 자신감도 불어넣어줄 겸 전화를 했는데 몇 마디 못하고 끊었다. 그는 “선수랑 이렇게 짧게 통화해본 것은 처음이다”면서도 “대견하지 않느냐”고 웃음 지었다.

서울이 홈경기 전날 합숙을 폐지하며 가능해진 풍경이다. 서울은 그 동안 홈경기 전날이면 강남 모 호텔에서 1박을 했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집중력 상승을 위해서다. 그러나 최 감독은 5월8일 연세대와 FA컵 32강 홈경기부터 과감하게 합숙을 폐지했다. 공교롭게도 이후 안방에서 진 적이 없다. 리그 4번, FA컵 2번 모두 이겼다.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다. 주장 김진규는 “호텔에 있으면 단체로 움직이고 남는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어 잠만 자서 컨디션 관리가 더 힘들다. 또 합숙을 안 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으면 우리를 믿어주신 감독님께서 혹시 오해할까봐 몸 관리에 더 신경 쓴다. 다른 팀 선수들도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효과를 말했다.

최 감독이 합숙을 없앨 때 하나 더 바란 게 있었다. 선수들이 개인시간을 유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문화활동도 즐기며 사회성을 길렀으면 한다”고 했다. 훈련 후 저녁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한 제자를 보며 최 감독이 흐뭇해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암|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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