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강동우 “혹시 전화 올까봐 몸 만들었는데…”

입력 2013-12-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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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신인 3할타자’ 강동우가 은퇴한다. 한화에서 방출된 그는 몸을 만들며 현역 연장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그를 찾는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는 “이제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해봐야겠다”며 씁쓸해했다. 스포츠동아DB

■ 끝내 울리지 않은 전화…강동우 결국 은퇴

98년 ‘신인 3할’쏘고 부상 저니맨 인생
1000경기·1000안타 그래도 행복했죠

방출에도 몸 만들며 현역 의지 불태워
연봉10원이라도 불러주면 가려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전화가 올까 싶어 몸은 만들고 있었는데….”

솔직히 미련이 남았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다리던 전화벨은 끝내 울리지 않았다. ‘비운의 스타’ 강동우(39·전 한화)가 은퇴한다. 현역 연장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이젠 마지막 미련조차 거둬들이기로 했다. 23일 전화통화에서 그는 “접어야지. 이젠 은퇴하려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난달 2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발표한 프로야구 9개 구단의 2014년도 보류선수 명단에서 강동우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는 방출을 의미한다. 프리에이전트(FA) 외야수 이용규를 영입한 한화는 더 이상 강동우를 안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즌 종료 후 충남 서산의 한화 2군 훈련장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어린 후배들과 함께 내년 시즌에 대비한 훈련을 이어왔던 그였지만,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예견하고 있었다. 결국 그 불길했던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방출 통보 후에도 강동우의 현역 연장 의지는 강했다. 연봉 10원만 받아도 불러주는 팀만 있으면 달려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걸림돌이 됐다. 스스로도 연락을 취해보고, 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얘기도 들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이 “나이가 많아서…”였다.

“방출 후에도 지금까지 혼자 운동하면서 기다렸어요. 혹시나 불러주는 팀이 있으면 체력에서 밀리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다들 나이 얘기부터 하니까…. 지금까지 연락 오는 데가 없으면 나를 데려갈 팀이 없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만둬야죠. 그런데 은퇴식도 없이 이렇게 그만두려니까 심란하네요. 한 구단에만 있었으면 모르지만 여러 팀을 옮겨 다녔으니 어쩔 수 없죠.”

1998년 단국대 졸업 후 프로에 들어왔으니 프로야구선수로 16년을 살았다.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1998년 타율 0.300을 기록해 아직까지 ‘마지막 신인 3할타자’로 남아있다. 그러나 첫해 플레이오프에서 수비를 하다 대구구장 외야 펜스에 부딪쳐 정강이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으면서 야구인생의 궤적이 달라지고 말았다. 재활훈련을 하느라 2년을 허송세월했다. 2006년 두산으로, 2008년 KIA로, 2009년 한화로 이적하며 ‘저니맨’ 생활을 했다. 그는 2009년 153안타에 3할 타율(0.302)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2011년에도 타율 0.288에 두 자릿수(13개) 홈런을 날리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통산 1427경기에서 타율 0.270(4613타수 1247안타), 75홈런, 456타점, 687득점, 133도루를 작성했다.

“저도 참 힘들었던 과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98년에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그게 가장 아쉬웠던 것 같아요. 16년간 4년을 부상으로 쉬었으니…. 1000경기, 1000안타도 기록했으니 그래도 야구를 하면서 행복했던 나날들이었죠. 은퇴 후의 삶은 이제부터 고민해봐야죠. 야구 쪽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시점에 뭔가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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