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아빠 이인구 ‘비장한 겨울’

입력 2013-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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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롯데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이인구에게는 올해 크리스마스가 어느 때보다 힘겹다. 개인훈련을 하면서 타 구단의 부름을 기다려왔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처지에 몰려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방출 한달, 그리고…

사상최대 돈잔치 열린 야구판…
그러나 그에겐…현역 연장 감감
아내와 눈에 밟히는 세 살 아들
“지도자 자리 알아봐야 할까봐요”


어쩐지 마음이 들뜨고, 훈훈함이 가득한 시간이 크리스마스다. 이 때문에 힘겨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더 서러운 때가 성탄절이다. 전 롯데 선수 이인구(33)는 “성탄절인데 괴롭다. 악몽의 시간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상 최대의 돈 잔치가 펼쳐진 야구판이지만, 사지로 내몰린 선수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비정한 무대이기도 하다.

이인구는 지난달 말 롯데로부터 방출을 통보받았다. 당시 이인구는 “개인훈련을 하며 나를 원하는 팀을 찾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흘렀건만 바라던 소식은 없다. 그는 “지난주까지는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1주일쯤 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이젠 지도자 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은퇴 선언이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퇴진이라 미련이 남는다. 그래도 홀몸이 아닌 가장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부인은 남편의 이런 생각을 알고 있기에 “당신이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면 선수생활을 계속해라.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라도 가서 야구를 하면 다시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격려했다.

사실 이인구도 원더스 행에 대한 의욕이 없지는 않다. 전 넥센 투수코치 김수경(34)이 원더스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도자 자리를 구해보고자 동분서주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은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혼자 몸이었다면 원더스에 부탁부터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부양할 수입을 가져다줘야 한다”고 이인구는 말했다. 부인뿐 아니라 세 살 아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다. 새로운 직장이 빨리 생기지 않을수록 마음속 초조함은 늘어만 간다.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지인들을 자주 만나고 술도 마셨지만, 완전한 위안이 될 리 없다.

그래도 지도자 자리를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기다림의 시간이 이인구는 힘겹다. 부인과 아이를 생각하면 더욱 견디기 어렵다. 그는 “계속 이야기를 해보고 있는 과정인데, 좋은 자리가 하나 날지도 모르겠다.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탄절은 그 어느 때보다 이인구에게 힘겹다. 내년 성탄절, 이인구는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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