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변호인’ 뒤엔 양우석 뚝심 있었다

입력 2014-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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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이라서 ‘1000만 영화’로 불리는 게 더욱 특별하다.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변호인’은 신예 양우석 감독의 연출 데뷔작. 향후 스크린 팩션 장르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제공|위더스필름

■ 한국영화 9번째 ‘1000만 관객’ 눈앞

별점 테러·불법 유포 등 끊임없는 논란
개봉 4주 만에 묵묵히 900만 관객 돌파

늦깎이 데뷔 신인 감독 ‘집념의 결과물’
실화 소재 팩션 현대극 제작에 기폭제

다르다. 그래서 더 새롭다.

수많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스타 배우 여럿이 출연해 시선을 끌지도 않았다.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제작 위더스필름)의 제작 사실이 알려질 때만 해도 1000만 관객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12월18일 개봉 직후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상영하는 4주 동안 흥행세는 잦아들지 않았다. 한 달 사이 새로 개봉한 영화도 여러 편. ‘변호인’은 이들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지켰고 이르면 이번 주말 1000만 관객을 넘어선다. 역대 9번째 1000만 한국영화의 탄생이다.


● 각종 논란 딛고 이룬 흥행

‘변호인’의 흥행은 잇단 논란 속에서 이룬 성과란 점에서 기존 1000만 영화와는 다르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인 ‘도둑들’은 스타 배우들의 향연으로 상영 내내 화제를 모았고, 2위 ‘7번방의 선물’ 역시 진한 부성애를 담은 최루성 이야기로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변호인’처럼 개봉 전부터 영화 평점 조작이 의심되는 ‘별점 테러’를 당하거나 개봉 초반 티켓이 대량으로 예약 판매됐다 상영 직전 돌연 취소되는 등 논란에 휩싸인 영화는 없었다.

900만 관객을 넘어설 즈음인 지난 주말에는 영화 파일이 불법 공유사이트에 유포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어느 정도 흥행 궤도에 올랐어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는 제작 관계자의 말도 무리는 아니다.

양우석 감독. 동아닷컴DB



● 신인감독 연출 데뷔작의 쾌거

그동안 1000만 영화는 강우석, 강제규, 이준익, 봉준호처럼 앞서 여러 편의 흥행작을 내왔던 기성 감독들이 주로 이끌었다. 신인감독이 연출 데뷔작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낸 건 ‘변호인’, 그리고 양우석 감독이 처음이다.

흥행 영화가 탄생하기까지는 감독의 집요한 기획과 그 주변을 채우는 제작진의 합작이 맞아야 가능하다. ‘변호인’이 그 증거다. 영화 프로듀서와 웹툰 작가, 컴퓨터그래픽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해 온 양우석 감독은 1990년대 말 ‘변호인’을 처음 기획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영화의 실제 모델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면서 계획을 멈췄다. 2011년에야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마침 시나리오를 읽은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가 독립영화로 만들어보자 제안해 영화화를 추진하면서 ‘작품’을 알아본 투자자가 몰렸다.

영화계에서는 마흔을 넘겨 데뷔작을 내놓은 양 감독의 ‘뚝심’이 통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개봉 전 여러 논란이 불거질 때도 “우리 사회도 이런 영화를 만들 시기가 왔다”며 “우린 성숙하다”고 말했다.


● 또 하나의 실화 소재…팩션 전성시대 활짝

‘변호인’은 1981년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다. 송강호가 연기한 변호사 송우석은 실제 사건 당시 피해 대학생의 변호를 맡은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딴 캐릭터. 이미 실화에 바탕을 둔 ‘실미도’가 첫 1000만 영화 시대를 열긴 했지만 ‘변호인’은 더 적극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당분간 사실과 허구를 섞은 이 같은 ‘팩션 장르’의 제작이 활개를 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변호인’은 팩션의 전성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됐다”고 짚었다. 그는 “온전히 상상력에 의존한 허구의 이야기보다 단 한 줄이라도 역사에 기록된 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오면 더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팩션 장르가 사극에 치중했지만 ‘변호인’을 기점으로 현대극에서도 활발하게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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