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조민국 축구를 읽는 법

입력 2014-03-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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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국 감독. 스포츠동아DB

“아직 변화를 주기에는 선수들이 어색해 한다.”

울산 현대와 웨스턴시드니 원더러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하루 앞둔 호주 시드니. 구단 관계자는 취재진을 만나 위와 같이 밝혔다.

울산은 지난 몇 년간 수비 중심의 전술과 약속된 플레이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결과는 좋았다. 2012챔피언스리그 우승과 2011, 2013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눈물을 흘렸지만 최근 수년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울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크게 바꾸지 않아도 얼마든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조민국 감독은 새로 부임하면서 공격축구를 선언했다. 수비부터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리고 3~5개 정도 더 많은 슛을 시도하면서 더 많이 득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울산은 2013년도 리그 최소실점(37실점)과 최다득점(63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공수에서 빼어났다. 그러나 조 감독은 ‘업그레이드 울산’을 표방했고, 패스축구를 접목해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순탄하진 않았다. 울산은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많은 대표선수를 거느리고 있지만 잦은 대표 차출로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다. 실제로 대표팀의 브라질-미국 전훈이 3주간 진행되면서 김신욱과 이용, 강민수, 골키퍼 김승규를 내줘야 했다. 새롭게 출발하는 조민국호에겐 분명 악재였다. 이들은 2월초 곧장 중국 광저우로 향했지만 피로가 심해 컨디션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조 감독은 “중국 친선경기에서 이들을 제대로 점검할 수 없었다”고 쓴웃음 지었다.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돼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작업을 만들기도 어려웠다. 김신욱이 빠진 상황에서 전술 변화는 무익했다. 선수들도 익숙지 않았다. 결국 코칭스태프가 내린 결론은 ‘천천히’였다. 급격한 변화보다 시즌을 풀어가면서 하나씩 공격전술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조 감독은 웨스턴시드니전을 마치고 속마음을 전했다. 예상했던 점수는 3-2 승. 실제 최종 스코어는 3-1이었다. 공격보다 추가실점하지 않은 수비를 높이 평가했다. 울산은 경기 시작 48초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수비진이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며 실점하지 않았다. 웨스턴시드니 토니 포포비치 감독도 “상대 수비가 정말 훌륭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눈에 띈 것은 공격적인 움직임이었다. 충분히 가능성을 엿봤다. 조 감독은 이날 베스트 전력을 가동했다. 가장 큰 변화는 왼쪽과 오른쪽 측면 공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인 김선민과 베테랑 고창현이 호흡을 맞췄다. 발재간과 패스가 좋은 김선민은 조 감독이 울산미포조선에서부터 점찍은 자원이다. 원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지만 하피냐가 버틴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버거웠다. 결국 왼쪽으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이날 경기에서 최우수선수(MOM)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했다. 울산은 이날 왼쪽에서 공격을 주로 풀어나갔다. 룸메이트 김신욱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연계플레이를 펼쳐 조민국호의 색깔을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고창현도 믿음에 부응했다. 조 감독은 제주 전훈에서 고창현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신뢰를 전했다. 중용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 하지만 고창현은 조 감독의 기대만큼 올라오진 못했다. 조 감독은 “창현이가 수비적으로 움직인다. 공격 쪽으로 더욱 힘을 내줬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경기감각과 수비 중심적인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한방에 날렸다. 호쾌한 왼발 슛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았다. 몇 차례 탁월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시즌 전망을 밝혔다. 조 감독은 “창현이에게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역할을 해줬다. 계기로 삼아 빠르게 자신감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로 앞선 후반 중반에는 조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미드필더 백지훈과 측면 공격수 최태욱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지키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트피스에서 강민수가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조 감독의 눈은 3월8일 포항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으로 향한다. 김신욱과 이용, 김승규가 대표팀의 그리스 평가전으로 출전할 수 없다. 분명 쉽지 않은 경기다. 새로운 무기로 맞서야 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어떤 공격축구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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