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배우 박영수 “스타 꿈꾸던 아이, 이젠 사람 냄새나는 배우 되고파”

입력 2014-03-21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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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출연하는 배우 박영수, 박란주, 박세욱

서울예술단 가무극 ‘소서노’를 한창 연습 중이던 뮤지컬배우 박영수를 만났다. ‘김종욱 찾기’ 공연과 ‘소서노’ 연습으로 바쁜 시간을 틈타 만남을 정하다보니 그의 쉬는 시간을 뺏고 말았다. 연습 중에 슬쩍 나왔다는 그는 “에이~ 이따가 쉬면된다”며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현재 박영수는 대학로 스테디셀러 공연인 ‘김종욱 찾기’에 출연 중이다. ‘아르센 루팡’, ‘요셉 어메이징’ 등 주로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를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는 왜 소극장으로 돌아왔을까.

“작년에는 대극장에 많이 오르긴 했죠. 하지만 ‘쓰릴 미’, ‘서랍이야기’ 등 소극장에서도 공연했었어요. 극장의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죠.”

그가 ‘김종욱 찾기’에 투입 된 것은 장유정 연출의 제안 덕분.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도전했지만 지금은 노래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다. 그는 “노래가 예상보다 너무 어렵다”며 말을 이어갔다.

“보통 대극장 뮤지컬은 클래식 기반으로 한 음악이 대다수잖아요. 그런데 ‘김종욱 찾기’는 팝적인 음악이다 보니 박자를 쪼개는 작업이 어렵더라고요. ‘내가 노래를 이렇게 못 했나’ 싶을 정도였어요. 공연을 준비하면서 노래와 감정의 흐름을 잘 연결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이제 조금씩 감을 찾고 있어요.”

‘김종욱 찾기’의 남자주인공은 1인 2역을 연기한다. 여주인공이 인도에서 만난 첫 사랑 김종욱 역과 회사에서 잘리고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를 차리며 여주인공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이름은 배우 본명을 사용) 역을 연기한다.

김종욱은 여주인공이 대학시절 인도여행 중 만난 인물로 모든 여성이 한 번쯤 꿈꾸던 판타지를 채워주는 남자 캐릭터이다. 하지만 박영수는 이 로맨틱하고 달콤한 캐릭터에 현실성을 더했다. 그의 연기 분석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극을 쭉 보다보면 김종욱은 그냥 일반 대학생이에요. 단지 낯선 나라에서 만난 여주인공에게 친절하게 대했을 뿐이죠. 그래서 달콤한 남자보다 현실적인 남자로 접근했어요. 극중에서 김종욱은 여자에게 3번이나 호감을 드러냈는데 다 거절당하잖아요. 아마 평범한 남자라면 속으로 ‘네까짓 게 뭔데’라며 이를 악물었을 걸요? 하하.”

또한 첫사랑을 찾아는 영수에 대해서도 “그도 역시 평범한 남자라고 생각해 처음부터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동안 입시와 취업에 시달리며 살았을 것”이라며 “회사를 차리고 처음에는 사명감을 갖고 여자의 첫사랑을 찾아주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 호감을 갖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 선을 명확히 긋고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란주, 박영수, 박세욱


이야기를 듣다보니 감정을 하나씩 쪼개며 세세한 분석을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한참을 생각하던 박영수는 “아직 대사로 감정 표현이 서툴러서 그런지 몰라도 행동으로 표현을 하려고 한다”고 하며 갑자기 얼굴을 팔꿈치에 기대더니 팔을 떨어뜨리는 연기를 했다.

“한 뮤직비디오에서 임창정 씨가 어떤 여자에게 반했을 때 이렇게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무릎을 탁 치면서 행동 하나에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몸의 움직임을 잘 이용하려고 해요.”

현재 ‘소서노’ 연습도 매진 중인 박영수는 창작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끼리 의기투합해 장면들도 만들고 있어 창작자로서 참여하는 보람도 있다고 한다. 그는 “창작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흐뭇해하기도 했다.

“창작극에 대한 위험부담을 잘 알고 있어요. 발명가 에디슨도 하나의 발명품을 위해 수천 번의 과정을 거쳤다고 하잖아요. 창작품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시간과 노력을 바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거듭 시도를 하다보면 신선한 뭔가가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박영수는 앞으로도 쉴 틈이 없다. 다음주에 당장 ‘소서노’로 무대에 오른다. ‘소서노’의 서울, 천안 공연을 마치면 다시 ‘바람의 나라’(제작 서울예술단)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점점 큰 배역을 맡다보니 더 고민하고 책임감도 생겨 마냥 즐겁진 않지만 그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돼 좋다고 한다.

“처음엔 화려한 스타의 삶을 꿈꿨고, 연기자 초년생이었을 땐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는 세상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사람이니까요.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스토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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