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감독이 밟힌 이유

입력 2014-03-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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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우 감독. 스포츠동아DB

선수들 헹가래 고마움 반 얄미움 반 표현
“우승만 한다면 평생 밟혀도 괜찮다” 화답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29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확정지은 뒤,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위 감독을 헹가래 친 뒤 그대로 코트에 떨어뜨렸다. 이어 무참하게(?) 위 감독을 밟기 시작했다. 이승아(22) 등 젊은 선수들이 앞장섰다.

위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앉아있는 개가 부럽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지옥훈련’은 결국 2연속 통합우승의 초석이 됐다. 선수들의 ‘집단구타’는 감독에 대한 얄미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표현된 것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순간과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도 우리은행 선수들은 눈에 불을 켜고 위 감독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 짓밟히면서도 위 감독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그는 “헹가래 치고 떨어뜨릴 때 손목이나 허리만 안 다치면 된다. (이)승아는 나랑 눈이 마주쳤는데도 봐주지 않더라. ‘그냥 날 죽여라. 너희들 한 시즌 고생 많았으니 시원하게 밟아도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우승만 한다면 평생을 밟혀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위 감독은 10번째 챔피언반지를 끼게 됐다. 2001∼2002시즌 남자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 선수로서 첫 우승을 경험한 이후 신한은행 코치로 7차례, 우리은행 감독으로 2차례 챔피언에 등극했다.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와 강영숙 역시 10번째 우승반지에 입을 맞췄다. 위 감독은 “전 코치와는 9번, 강영숙과는 8번의 우승을 함께 해 더 감격스럽고 자부심이 크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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