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써니’ 후 2년간 슬럼프…‘한공주’가 날 구했어요”

입력 2014-04-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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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는 극중 캐릭터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재능을 갖춘 흔치 않은 ‘젊은’ 배우다. 영화 ‘한공주’는 바로 그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17일 개봉 앞두고 해외영화제서 돌풍 ‘한공주’ 천우희

‘써니’ 이미지 못 벗어나 2년간 방황
‘한공주’ 시나리오 보고 내 영화 직감
해외영화제서 프랑스 여배우의 칭찬
눈물이 펑펑…그간 맘고생 다 날렸죠


대사와 상황을 완벽하게 준비해 연기하는 배우. 현장에서 느끼는 공기와 분위기에 따라 감각적으로 연기하는 배우. 세상에 존재하는 배우를 이 두 부류로 나눈다면 천우희(27)는 후자에 가깝다. 그가 출연한 영화만 봐도 그 ‘기운’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중에겐 아직 이름이 낯선 천우희는 출연한 영화 속 ‘장면’으로 더 기억에 남는다. ‘마더’ ‘써니’ ‘우아한 거짓말’에서 모두 여고생 역을 연기했다. 주연이 아니었지만 이들 영화 속 모습이 관객에게 또렷이 각인될 수 있었던 것은 배역에 녹아들 줄 아는 재능 덕분이다.

17일 개봉하는 ‘한공주’는 그런 천우희가 가장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와 진가를 드러내는 영화다. 잔인한 세상과 맞닥뜨린 여고생의 모습을 천우희가 그려내지 않았다면 과연 이 역할을 소화할 20대 연기자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한공주’를 만나기 전 천우희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써니’를 끝내고 2년 동안 방황했다고 할까. 어떤 연기를 해도 ‘써니’ 속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건 ‘성장통’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 “20대의 중간을 넘기”면서 그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건 곧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의미였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공주’는 천우희에게 대단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그는 내내 그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 영화는 내 것’이라는 느낌이 왔다”고 그는 말했다.

‘한공주’는 최근 해외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상을 휩쓴 한국영화다. 지난해 12월에는 제13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장이던 마틴 스코세지 감독은 “‘한공주’를 통해 난 아직도 배울 게 많은 감독이란 걸 알았다”고 했고, 프랑스 여배우 마리옹 꼬티아르는 “천우희의 연기가 무척 놀랍다”고 했다.

“그 칭찬에 눈물이 났다. 그동안 겪은 맘고생이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천우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자작곡만 불러주던 유쾌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극반 시절 영화 연출 분야에서 일하던 사촌오빠의 권유로 하지원이 주연한 영화 ‘신부수업’ 오디션에 응했다. “카메라 보는 법도 몰랐던 시절”이었지만 결과는 합격. ‘깻잎머리 여고생1’이 그가 맡은 첫 배역이다.

“대학(경기대 연극영화과) 진학까지 자연스러웠다. 대학에 가면 당연히 기회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더라. 연기 기회를 찾기 위해 현실에 맞춰 노력해야 한다는 걸 ‘마더’를 끝내고 알았다.”

어쩌면 ‘한공주’는 ‘마더’ 이후 천우희가 그토록 찾았던 기회인지도 모른다. 그러기까지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그의 보폭은 빨라진다. 최근에는 영화 ‘카트’ 촬영을 마쳤다. 부당대우에 대항하는 대형마트 계약직 직원들의 이야기에서 천우희는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유일한 20대”이다.

‘한공주’나 ‘카트’에서처럼 “푹 빠져 연기할 수 있는 영화가 좋다”며 웃던 그는 하나의 조건을 달았다.

“실제 일상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하는 멜로? 하하!”


● Clip. 영화 제목 왜 ‘한공주’인가?

“이름만 공주다.” 영화 ‘한공주’에 등장하는 대사다. ‘한공주’는 극중 주인공(천우희)의 이름. 누구나 선망하는 이름이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처참하다. 연출자 이수진 감독은 “주인공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영화 ‘오아시스’ 주인공(문소리) 이름과 같아 고민했지만 캐릭터를 표현할 이름은 한공주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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