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선수 아내로 산다는 것…“아내·코치·분석관 1인 3역 내조”

입력 2014-05-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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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계획부터 남편 경주 장면 치밀한 분석
선수 출신 최순영 아내, 내조 위해 직장 퇴사
이현구·김민철 등도 아내 덕분에 재기 성공


‘주말 과부’

휴일만 되면 가족을 두고 물가로 달려가는 낚시꾼 남편을 둔 부인들의 처지를 빗댄 말이다. 그런데 매주 이런 상황을 겪는 주부들이 또 있다. 바로 프로 경륜선수의 아내다.

경륜 선수들은 경주에 편성되면 수요일 입소해 경주가 끝나는 일요일 저녁에나 집으로 돌아간다. 경주가 있으면 경륜선수의 아내는 가족이 함께 하는 단란한 주말을 포기하고 홀로 가정을 돌봐야 한다. 한달 평균 두 차례 ‘주말 과부’를 감내해야 하는 경륜 선수의 아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 사이클 선수 출신 아내…코치·분석관까지

경륜 선수의 아내 중에는 사이클 선수 출신들이 많다. 선후배, 직장동료로 함께 훈련을 하다 사랑이 싹터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다. 같은 운동을 했기 때문에 훈련 계획에서부터 작전 수립까지 실질적인 코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경주 장면을 빠짐없이 챙겨보고, 치밀한 분석을 통해 금쪽같은 조언도 해준다.

슈퍼특선급에서 활약하는 김동관(29·13기)은 아마시절 얘기만 하면 아내에게 기가 죽는다. 자신은 한번도 세우지 못했던 한국 신기록을 부인 신지혜씨는 2002년 전국체전에서 세웠다. 물론 신씨는 결혼 후에는 선수시절의 화려했던 영광을 잊고 내조에만 전념하고 있다. 음식 솜씨가 뛰어나 따로 보양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계양팀의 특선급 강자 최순영(32·13기)의 아내 김선이씨도 사이클 스타 출신이다. 1990년대 말 500m 스프린트 한국 신기록을 두 차례나 세웠다. 최근까지 고교팀 코치로 활동하다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사임했다. 돌아온 경륜황제 이명현(30·16기)과 불혹의 승부사 정덕이(43·2기)의 아내도 아마시절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사이클 선수였다.


● “경륜 선수의 아내는 모두 내조의 여왕”

정성어린 내조로 남편을 스타로 만든 감동 스토리의 주인공도 많다.

첫 대상경주 챔피언과 상금 1위 등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현구(31·16기)의 아내가 대표적이다. 이현구가 경륜훈련원에 입소해 있는 동안 부인 박하나 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갓 난 딸을 혼자 키웠다. 이현구는 당시 훈련원에서 간식으로 나온 오렌지를 가족에게 주기 위해 먹지 않고 모았는데, 그걸 본 동기들도 오렌지를 가져다주었다는 이야기는 경륜 훈련원에 지금도 전해지는 훈훈한 미담이다.

‘불사조’로 불리는 김민철(35·8기)은 아내 덕분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2010년 도로 훈련 중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러자 아내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남편이 병상에서 일어나 건강을 찾는데 전력을 다했다. 이런 헌신 덕분에 김민철은 재기에 성공해 한국 경륜의 간판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치위생사로 근무중인 배민구의 아내는 전문 기술을 살려 남편을 돕는다. 경륜 선수들은 스퍼트때 이를 악물기 때문에 치아가 상하는 일이 많다. 배민구는 아내의 관리 덕분에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인 김주상의 아내는 남편이 성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위안이 되는 말을 많이 건넨다.

한국경륜 원년부터 승부의 현장을 지켜온 ‘경륜위너스’의 박정우 예상부장은 “프로 경륜 선수는 극한의 직업이다. 매일 소화하는 강훈련과 함께 성적이 수입에 직결되는 만큼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이런 경륜선수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무한한 사랑과 희생정신이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고 전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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