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기획] 복합리조트 시장 선점 위한 ‘총성없는 전쟁’ 시작

입력 2014-05-3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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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새로운 신도심 코타이 스트립 리조트에 위치한 베네시안 마카오 호텔의 위용. 객실 3000개의 초대형 복합리조트로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복합리조트 도시가 된 마카오의 번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스포츠동아DB

■ 카지노 3.0…아시아는 지금 복합리조트 전쟁

1. 도쿄에서 영종도 제주까지


이쯤 되면 ‘전쟁’이라 할만하다. 싱가포르, 마카오,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러시아, 대만,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까지 아시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수를 늘리거나, 도입하려고 애쓰는 관광 분야가 있다. 바로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다. 복합리조트는 호텔, 게이밍(카지노), 컨벤션, 쇼핑몰, 테마파크 등이 한데 모인 종합 관광시설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인 영종도 개발의 핵심도 역시 ‘복합리조트’다. 복합리조트의 여러 기능 중 기대가 가장 높고 그만큼 논란도 많은 것은 역시 게이밍 산업, 즉 카지노다. 아시아 국가, 그리고 한국이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외국자본까지 유치해 복합리조트를 추진하는 것은 왜일까. 스포츠동아는 4회에 걸쳐 관심과 기대, 논란이 공존하는 ‘복합리조트’를 조명한다.


문광부 3월 영종도에 외국자본 카지노 허가
국내외 그룹들 앞다퉈 복합리조트 개발 참여
일본은 최대 42조 시장…10여곳 입지 타진
싱가포르 성공사례가 아시아국가에 큰 반향
도박 폐해 우려 불구 시장선점 필요성 대두


“문의전화가 너무 많아 하루 몇 건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은 요즘 영종도 분위기를 잘 대변해준다. 국제공항 외에는 한적하기만 했던 영종도는 요즘 전국에서 가장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곳이다. 영종도가 속한 인천 중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모두 이 지역의 대규모 복합 리조트 개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 영종도, 국내외 자본 복합리조트 개발 각축장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 영종도 미단지구에 외국 합작사 리포&시저스 컨소시움(LOCZ코리아)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적합 판정을 통보했다. 우리나라가 외국 자본에 카지노를 허가한 것은 1967년 인천 올림포스 호텔에 첫 카지노가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또 파라다이스 그룹이 일본 세가사미홀딩스와 설립한 합작사 파라다이스세가사미는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로 5분 거리인 국제업무단지(IBC-1)에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건립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조9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파라다이스 시티’는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기업 마루한이 참여한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는 2조4000억원 규모로, 오카다홀딩스코리아도 4조9000억원 규모의 복합리조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종도 외에 제주도와 부산광역시, 전남 영암, 경기도 화성, 충북 오송 등도 현재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 일본 도쿄·오사카 2020년까지 15조∼42조 시장

일본은 지난해 12월 초당파 그룹인 국제관광산업진흥의원연맹이 카지노 영업 해금을 포함한 ‘복합리조트(IR) 추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명이 넘는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조만간 심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미국 러시게이밍사의 닐 블럼 회장,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의 셀던 아델슨 회장은 각각 오사카와 도쿄에 카지노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이 복합리조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엄청난 잠재시장 때문이다. 투자회사 유니언게이밍그룹은 약 150억 달러(15조 3300억원)로 추정하고, 홍콩투자회사 CLSA는 그보다 훨씬 더 큰 400억 달러(약 42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쿄는 관광객이 많은 오다이바에, 오사카는 매립지역의 섬에 복합리조트 유치를 기획하고 있다. 그 외 오키나와현, 나가사키현, 시즈오카현, 이시카와현 등 10여개 지역도 경쟁적으로 복합리조트 허가를 원하고 있다.

대만 역시 2019년까지 마쭈섬에 첫 대형 카지노를 설립하고, 필리핀과 베트남도 복합리조트를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심지어 러시아도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관광객이 접근하기 쉬운 블라디보스톡에 6개 대형 리조트와 12개 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 타운을 개발 중이다.


● 복합리조트에 왜 몰리나…마카오·싱가포르의 성공

각국이 부작용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복합리조트에 집중하는 것은 왜일까.

오늘날 카지노는 단순히 돈을 따는 목적만 존재하는 겜블링의 공간에서 승부 자체를 즐기는 게이밍 산업이 포함된 다양한 복합 서비스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습이 복합리조트다. 카지노만 있던 항구소도시 마카오는 외국 자본 유치를 통한 대형 복합리조트 건립에 박차를 가하면서 급성장했다. 이제는 본고장인 라스베이거스도 추월했다. 특히 일본과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 충격을 준 것은 싱가포르의 변신이다. 엄격한 사회 통제가 유명한 싱가포르는 2010년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이후 감소하던 관광객이 20%에 가까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3년 싱가포르의 복합카지노 매출은 약 6조원이다. 아시아 복합리조트들은 공통적으로 110조 규모로 추산되는 이른바 ‘차이나 머니’를 겨냥하고 있다.


● 복합리조트에 대한 우려, 그에 대한 반론

물론 복합리조트 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일본만 해도 복합리조트 추진이 가시화되자 언론 등에서는 “가뜩이나 경마, 경륜 같은 사행산업이나 파칭코에 빠진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카지노 허가가 타당하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영종도에 진출하는 카지노들이 지금은 외국인 전용이지만 결국 내국인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로 가지 않겠느냐며 도박의 폐해를 들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복합리조트를 찬성하는 쪽은 문제를 제도적 규제와 대책을 통해 극복해야지, 무서워서 피하다가는 다른 나라에 황금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복합리조트산업 발전포럼에서 송학준 배재대 교수는 “일본이나 대만이 복합리조트를 먼저 개발할 경우 한국을 찾는 카지노 관광객의 20%가 감소할 것”이라며 “선점효과를 기대한다면 복합리조트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갬블링과 게이밍


▲ 갬블링(gambling): 참여자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도박성이 강한 내기 게임. 웹스터 사전에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 또는 불특정하거나 위험을 동반하는 그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 게이밍(gaming): 가끔 참여해 즐긴 후 곧 잊어버리는 기분전환의 포괄적인 오락 활동. 긍정적인 의미로 많이 사용하며 1931년 미국 네바다주에서 도박을 합법화한 이후로 산업, 비즈니스적 용어로 사용한다. 위키디피아에서는 게이밍을 ‘법으로 특별히 허가된 갬블’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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