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허구연 “30년간 해설하며 느낀것 결국 인프라 구축이더라”

입력 2014-06-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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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인프라 전도사가 된 허구연 해설위원. 사람들은 그를 허프라(허구연+인프라) 기승전돔(어떤 얘기를 해도 돔구장 얘기로 끝난다는 의미)이라 부른다. 허 위원은 지금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야구장 건설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야구 인프라 전도사’ 허구연 야구발전실행위원회 위원장

최근 롯데리아 유소년야구교실 총감독 위촉
저변 확대 위해 군부대에 티볼 800세트 보급

“허프라·기승전돔…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
프로야구장은 물론 동호인야구장 신설 중요
최근 전수조사 시행…아마 300개 넘었을 것”


그의 별명은 어느새 ‘허프라’가 됐다. 중계방송 때마다 ‘인프라’의 중요성을 역설하다보니 팬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바로 허구연(63) 야구 해설위원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그의 바람대로 포항, 울산, 광주 등 전국의 야구장들이 하나둘씩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는 해설위원으로서 마이크에 대고 말만 하는 게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실행위원회의 위원장으로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동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유소년 야구 발전에도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허프라(허구연+인프라)’ 허구연 해설위원을 만나 그가 강조하는 인프라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 최근 ‘롯데리아 유소년 야구교실 총감독’으로 위촉됐다. 해설하랴, 야구발전실행위원장으로 뛰어다니랴, 유소년야구까지 신경 쓰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다.

“롯데리아에서 2009년부터 6년째 해마다 2∼3억원씩을 투자해 유소년 야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도 유소년 야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내가 모를 정도면 홍보에 좀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닌가 싶더라. 그래서 내가 프로그램을 짜서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단 대회를 야구장이 잘 갖춰진 전북 익산에서 하자고 했다. 120여개 팀이 참가한다. 부모와 가족이 익산에 와서 대회도 하고, 캠프파이어도 하면 얼마나 좋겠나. TV중계도 추진 중에 있다. 우승팀은 11월에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권을 준다. 우승팀 위주로 연합팀을 구성할 것이다. 특히 전국 오지마을에 있는 학생들도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했다. 야구도 하고, 일본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리틀야구는 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이 워낙 잘하고 있으니까 난 요즘 티볼(T볼) 보급에 관심이 많다. 티볼이 야구의 전 단계인데, 공이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다칠 염려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티볼을 하다 보면 야구에 흥미를 느낀다. 운동장도 클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지방의 어린이들이나 중학생들에게도 티볼을 보급해왔다. 군인들도 즐기기 좋다. 지난 4월에는 구본능 KBO 총재와 함께 육군 제1군 사령부를 방문해 티볼 800세트를 기증하기도 했다. 그동안 군인들에겐 축구와 족구밖에 없지 않았나. 반응이 정말 좋았다. 앞으로 2군 사령부, 3군 사령부, 공군, 해군에게도 보급하는 게 어떨까 싶다.”


- ‘허프라’라는 말을 들어봤나.

“나도 들었다. 사람들이 나보고 허프라, 기승전돔, 그러더라. 하하.”


- ‘기승전돔’은 허 위원이 해설을 할 때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돔구장 얘기로 끝난다는 의미 아니냐.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아니라 ‘기승전돔’이라고 할 정도로 인프라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얘기 들으면 좋다. 하하. 야구가 스포츠산업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인프라부터 갖춰야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다. 30여 년간 해설을 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은 인프라더라. 팬들의 안락함과 선수들의 안전 문제도 포함되겠지만….”


- 인프라를 강조해 왔는데, 새 야구장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요즘 제일 기분 좋은 게 그것이다. 포항, 울산, 광주에 이어 대구도 2016년이면 새 구장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 대전, 수원구장도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어쨌든 지방자치단체들이 야구장을 설계할 때 내 의견을 많이 반영해줘 고맙다.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외야는 천연잔디로 공원처럼 꾸미라고 했다. 스타디움이 아니라 파크 개념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백스톱 뒤를 관중석으로 만들고, 홈은 물론 원정선수들이 편하도록 라커룸을 만들어달라는 부탁도 했다. 이미 한번 설계한 걸 바꾸는 게 정말 힘들더라. 특히 지방일수록 정치적 이해관계도 크고, 지방업체에 대한 배려도 해야 하는 상황도 있고….”


- 무엇보다 프로야구 연고 도시인 광주와 대구에 새 구장이 생기면서 프로야구의 숙원사업이 이뤄졌다.

“광주도 고맙고, 대구도 고맙다. 내가 해설 끝날 때까지 안 될 줄 알았는데 됐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해설을 하면서 대구시장을 하도 혼내니까 처음엔 거기서도 나한테 ‘죽겠다’고 하소연을 하더라. 누군가는 계속 얘기를 해야 한다. 지자체가 슈퍼갑인데, 구단에서 어쩔 수 있나. 언론 종사자나, 방송하는 나 같은 야구인들이 계속 말할 수밖에 없다. 대구는 사실 예산도 부족하고 시청사 신축도 급한 상황이었지만, 결국 야구장이 더 급한 것 같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

“방송할 때도 계속 얘기하지만, 한국야구는 앞으로 3년에서 5년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인기를 바탕으로 이때 기반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야구붐이 계속 가는 게 아니다. 언제 관중수가 300만, 200만명으로 내려갈지 모른다. 구단들도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서 이 기회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 인프라가 프로야구에만 필요한 건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한국에 야구장이 몇 개가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을 맡았을 때 초등학교부터 다 조사해보니까 규격을 갖춘 야구장이 160여 개밖에 없었다. 최근 전수조사를 했는데 곧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제 300개가 넘었을 거다.”


- 야구장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어려움도 많을 텐데.

“최근에 경남 의령군에 야구장 3개가 만들어졌다. 처음엔 의령군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했더니 ‘야구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소리 하는 거겠지’라고 했다. 야구장 하나 만드는데 3억원 들었나? 그런데 나중에 반응이 엄청 좋으니까 군수가 ‘고맙다’고 하더라. 인근 도시인 진주에도 야구장이 없다. 의령에서 리그를 하니까 진주의 동호인들이 의령에 와서 먹고 잔다. 식당들이 한 달 동안 올린 매상을 주말이면 하루에 다 올린다고 한다. 거제, 문경, 보령, 평창, 정선 등 지방 중소도시와 군 단위까지 가서 지자체장들을 만났더니 야구장 만들어주더라. 만나니까 되더라. 야구인들이 그동안 나서지 않아서 몰랐던 것이다. 정부, 국회의원, 지자체 등에 가서 얘기하면 들어준다. 4대강 사업에도 원래 야구장은 없었다. 그래서 수자원공사,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가서 얘기를 했더니 4대강 유역에 42개 야구장을 지어주더라. 축구와는 달리 야구는 야구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인프라가 갖춰져야 선수도 나온다. 결국 또 인프라다. 허허.”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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