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아이돌그룹 JYJ 아닌 동식으로만 봐주세요”

입력 2014-08-07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영화 ‘해무’로 스크린에 진출한 연기자 박유천. 6개월 동안 거제에서 여수로, 다시 마산을 오가며 영화를 촬영한 그는 “현장을 함께한 사람들이 그립다”고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영화 ‘해무’로 첫 스크린 연기 도전에 나선 박유천

개봉후 관객들 평가 생각하면 불안감 커
해무 촬영한 반년 동안 동식으로 살았다
첫 영화 힘들었지만 벌써 현장이 그리워


“불안감!”

연기자 박유천(28)은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불안감이 크다”는 말을 몇 번이나 꺼냈다. 데뷔작이자 처음 주연한 영화 ‘해무’(감독 심성보)의 13일 개봉을 기다리는 요즘이 그렇다. 박유천은 “매 맞을 거면 빨리 맞고 싶다”고 했다.

7월 말 ‘해무’ 시사회 뒤 이어진 뒤풀이 자리. 영화를 처음 공개한 배우들과 제작진은 서울의 한 술집에 모였다. 박유천도 김윤석, 문성근 등과 “동이 틀 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묘한 기분이었다. 선배들은 좋은 말을 많이 해줬는데 내 속은 시원하지 않았다.”

‘해무’는 간단치 않은 영화다. IMF 위기가 몰아닥친 1998년 전남 여수. 고기잡이가 시원찮아 선원들 ‘밥값’ 걱정하는 선장(김윤석)은 돈벌이로 밀항하는 중국인들을 태우기로 한다. 여섯 명의 선원이 올라탄 배 위에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고, 각자 욕망이 뒤섞인 처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유천은 선원 중 막내 동식을 연기했다. 화자이기도 하다.

“무거운 영화였다. 하지만 묘하게 끌렸다. 해보고 싶은 도전 욕구랄까, 기대랄까.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을 대하는 사람들의 가지각색 대응 방식이 매력적이었다. 많이 버겁기도 했다. 고민의 시간을 지난 지금 돌이키면 동식은 내가 만든 한정판 같다.(웃음)”

갑판 위 선원들의 ‘서열’은 현장에서도 유효했다. 박유천은 카메라 안에서든 밖에서든 막내였다. “술은 또 하나의 캐릭터였다”는 그의 말처럼 경남 거제와 마산, 여수에서 주로 진행된 촬영이 끝나면 배우들은 술잔을 기울였다.

“실제로 마시는 양은 많지 않았다. 주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관계가 만들어지고 쌓였다. 거제라는 이름을 들어도 마음이 싸하다.”

박유천은 “반년 동안 ‘해무’를 하며 내 안에 동식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 경험과 느낌이 어떤지 살아가면서 차차 더 깊이 알게 될 것 같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를 소화했지만 여전히 박유천에겐 ‘해무’의 잔향이 짙게 남은 듯 보였다. “나를 더 혹사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도 ‘해무’의 영향이다. 그는 지금 재난 블록버스터나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에도 매력을 느낀다.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짐작해 본다. 그 감정을 연기하는 기분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어벤져스’처럼 가상의 상황도 매력적이다. 그걸 관객이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게 신기하다.”

내친김에 박유천에게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으로 유명한 미국 제작사 마블스튜디오의 캐릭터 중 욕심나는 1인을 고르라고 제안했다. “내 진짜 얼굴이 가장 적게 나오는 캐릭터가 좋겠다”는 그에게 ‘헐크’를 제의했더니 우락부락한 영웅은 내키지 않는 듯 끝내 수긍하지 않았다.

박유천은 아이돌 스타가 그 인기를 배경으로 비교적 쉽게 스크린으로 진출하는 방식과는 다른 길을 택해 더 주목받는다. ‘해무’는 스릴러 장르이고 함께 호흡한 배우 역시 ‘기 센’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중은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연기자를 보는 것 같다. 나도 그 이미지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난 그저 동식에 스며들길 원했고 관객도 동식으로 봐주길 바랐다.”

관객의 평가를 앞둔 박유천은 “벌써 (촬영)현장이 그립다”고 했다. 영화의 늪에 빠진 게 분명해 보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