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장관이 세일즈…총성없는 관광전쟁

입력 2014-08-22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13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의 ‘코리아 나이트’ 행사에서 한복체험을 하는 총회 참가자들. 한국은 홍보관을 운영하고 주멕시코 대사가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쳐 132억원의 매출 효과가 있는 차기 총회 유치(대구)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국제회의 유치 각축전

각국 NTO 중심 장관·총리까지 나서 유치전
대구시 15개월 공들여 세계기생충학회 유치
포상관광·전시회 등 일자리 창출 효과 톡톡
숙박·공항시설 등 인프라 경쟁력 구축 숙제


“15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이 정도 정성 없으면 회의 유치는 꿈도 꿀 수 없다.”

이쯤이면 ‘총성 없는 전쟁’이다. 각종 국제학회나 협회의 총회는 원래 학자와 산업계 또는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모이는 전문적인 행사다. 그러나 요즘은 관광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공을 들이는 자리가 됐다. 바로 국제회의 유치 때문이다. 협회나 학회 주관의 국제회의 하나를 유치하려고 각국 NTO(national tourism organization 국가관광진흥기구)를 중심으로 장관, 총리까지 나서는 총력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 부가가치 높은 관광산업…대형회의는 3년 전부터 유치 준비

15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3차 세계기생충학회 총회. 60여개국 기생충, 열대의학 전문 학자들이 모인 행사에서 대구시는 2018년 차기 총회 개최도시로 결정됐다. 대구시는 멕시코시티 총회에서 태국 방콕과 경쟁을 벌인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당시 회의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부터 대한기생충학회·열대의학회, 대구시, 대구컨벤션관광뷰로 등 학회, 지자체, 관련기관들이 모두 나섰다. 멕시코시티 유치실무진의 일원이었던 관광공사 오유나 MICE뷰로 컨벤션팀 차장은 “15개월 전인 2013년 5월부터 준비를 했다”며 “이 정도는 보통이고, 규모가 더 큰 1만 여명 참가의 회의는 적어도 3년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에게 생소한 전문학술회의 하나를 유치하려고 이렇게 정성을 기울인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회의는 관광산업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MICE(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그만큼 경제효과나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이 매력이다.

관광공사 박인식 MICE진흥팀 팀장은 “회의참가자 1인당 지출액이 일반관광객보다 1.6배로 높고, 숙박과 같은 관광시설 외에 행사장 임차, 각종 시설·장비 임대, 케이터링, 수송, 광고홍보, 인쇄 등 관광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산업도 연결되어 지출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8년 기생충학회 대구 총회의 경우 국내외에서 3000여명이 참가해 6일 동안 132억원을 지출하고 227명의 취업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우리만의 유니크 밸류 개발 필요

한국은 국제회의산업에서 떠오르는 신흥 강국이다. 국제협회연합(UIA)의 자료에 따르면, 국제회의 개최건수에서 2000년 109건에 머물던 한국은 2013년 635건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관광산업의 남다른 효자 종목을 노리는 국가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미래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이제 총회가 열리는 국가의 주재 공관에서 유치 행사를 개최하거나 대사가 나서 정부 지원을 ‘보증’하는 것은 보통이다. 멕시코나 호주는 총리가 유치를 호소하는 지지서한을 보내기도 하고, 두바이는 왕세자가 협회 회원국에게 편지를 써 지지를 요청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국제회의산업을 국가 경쟁력 확보의 중요 수단으로 여겨 회의 유치 현장마다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 외에도 중국이 막강한 내수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하이, 베이징을 앞세워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한국이 지금의 상승세를 기반으로 국제회의산업 강국으로 자리 잡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인식 팀장은 “다양한 가격대의 숙박시설, 유럽이나 미주에서 지방 개최도시까지 쉽게 올 수 있는 공항시설, 서울에 편중된 관련인력의 지방분산”등 관련 인프라의 확충을 꼽았다. 해외 유치 현장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을 벌였던 오유나 차장은 우리만이 가진 유니크 밸류(unique value)의 강화를 지적했다. 오 팀장은 “중국은 만리장성, 영국은 버킹검궁을 행사에 활용하는 등 자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화된 경험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그런 유니크 밸류 면에서 아직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