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라진 통역자원봉사자 84명의 진실은?

입력 2014-09-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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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동아일보DB

111명 이탈 보도…조직위 27명 이탈 해명
총 선발인원 수 말바꾸기…책임 회피 의혹

2개월 만에 갑자기 사라진 84명의 통역전문자원봉사자.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의 책임회피용인가?

기자는 23일 통역전문자원봉사자 중 상당수가 근로조건 및 처우가 당초 약속과 달라 대회 초반 일을 그만뒀다는 제보를 받았다. 취재결과 최종 선발돼 교육을 마친 총 1145명 중 현재 878명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회 초반에 포기한 116명과 대기 인력(40명)을 제외하면 최종 선발 1145명 중에서 111명이 부족했다. 중도 포기한 한 통역자원봉사자와 이메일을 통해 직접 사연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약 100여명의 통역자원봉사자가 이탈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스포츠동아 24일자 4면 단독보도 참조)

본지 보도를 시작으로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자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역전문자원봉사자 총 모집인원 1061명 중 대회시작과 함께 약속대로 참여하지 못한 116명과 대기인력 40명을 제외하고 27명이 중도 포기해 878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원봉사자 운영의 총책임자인 이일희 기획사무차장은 이날 오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통역요원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명확히 구분된다. (세부인원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곧 구체적으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총책임자는 통역요원은 자원봉사자가 ‘명확히’ 아니라고 했지만 몇 시간 후 조직위 의전부는 정반대로 ‘통역전문자원봉사자’로 ‘명확히’ 신분을 밝히며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혼선이 있었다.

요약하면 (스포츠동아가 단독보도한)통역전문자원봉사자의 이탈자는 100여명(111명)이 아니라 27명밖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84명이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최종 선발인원, 바로 전체 인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본지는 최종 선발인원을 1145명으로 보았고 조직위는 1061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위는 6월 29일 ‘28일 인천대학교 대강당에서 통역전문자원봉사자로 최종 선발된 1145명을 대상으로 발대식을 갖고 교육을 실시했다’고 발표했고 많은 매체가 이를 보도했다.

왜 같은 조직위에서 최종 선발인원을 6월엔 1145명으로 밝히고 통역전문자원봉사자 이탈 파문이 일자 1061명으로 바꿔서 보도자료를 냈을까. 해명자료를 작성한 조직위 의전부 의전팀 이창훈 담당관에게 24일 확인 전화를 걸었다.

-기자 : “당초 총 인원이 1145명이라고 발표했는데 오늘 해명 자료는 1061명이다. 전체 숫자가 다르니 중도 이탈로 파악되는 인원도 차이가 난다”

-담당관 : “1145명? 언제 그렇게 발표했나?(6월 28일이다) 어. 이게. 그랬나. (잠시 침묵) 모집 인원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기자 : “그게 무슨 말인가. 이미 선발된 사람 숫자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뀌나? 현황을 다시 알려 달라. 총 인원이 다른데 이탈 인원을 어떻게 파악했나?”

-담당관 : “(당황하며) 내게 묻지 말라. 미안하다 전화 끊겠다.”

기자는 이후 수 십여 차례 다시 전화를 걸고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전화가 연결됐지만 기자 목소리를 확인하고 아무런 응답 없이 전화를 끊기도 했다. 통역자원봉사자 대거 이탈 파문이 일자 조직위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최종선발 인원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갖기 충분하다.

25일 옥련국제사격장에서는 중국 전문통역자원봉사자가 없어 중국대표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 취소됐다. 핸드볼과 유도경기 등 다른 경기장에서도 통역 부족은 심각하다. 그러나 조직위는 앞뒤가 맞지 않는 숫자만 나열하며 ‘문제없다’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다.

조직위의 ‘구멍 난 행정’은 이 뿐만 아니다. 조직위는 19일 선수용 도시락에서 식중독 균이 발견되자 ‘22일 제조업체를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결과 24일까지 문제의 업체는 여전히 선수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었다.

조직위는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아닌 불명확한 해명과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 아시안게임은 길지 않다. 잘못 된 점을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45억 아시아를 대표해 인천을 찾은 귀한 손님들에게 아시안게임은 어떤 기억이 남을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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