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보너스…흥행 대가 vs 제작비 족쇄

입력 2015-02-0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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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이 영화 ‘7번방의 선물’ 흥행에 따른 보너스로 10억6000만원을 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에 특별출연으로 참여한 정진영(오른쪽)도 5억20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사진제공|화인웍스

■ 류승룡 런닝개런티 10억으로 본 ‘배우 보너스’


런닝개런티나 매출지분 출연료 계약
흥행 기여한 배우의 역할·공로 인정

소수 스타배우만 과도한 보너스 혜택
참신한 기획보다 배우 의존도만 커져


영화 한 편의 흥행으로 배우가 받는 ‘보너스’가 10억원을 넘어섰다.

3년째 이어지는 영화시장 호황과 잇단 흥행작 탄생의 가장 큰 수혜가 배우에게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흥행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배우의 역할과 공로가 인정받은 결과이지만 한편에선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류승룡이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출연료 3억원 외에 10억6000만원의 런닝개런티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2013년 개봉한 영화는 순제작비 35억원의 중소규모였지만 1200만 관객을 동원, 9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영화의 ‘규모’를 고려해 출연료를 낮춰 받았던 류승룡과 정진영, 연출자 이환경 감독 등은 제작사와 런닝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정진영은 5억2000만원, 이 감독은 18억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배우의 출연료는 통상적인 ‘개런티’와 흥행 보너스 개념인 ‘런닝개런티’, 매출이나 수익금의 일정 퍼센트를 할당받는 ‘지분’으로 나뉜다. ‘7번방의 선물’처럼 관객 1인당 약속된 금액을 받는 런닝개런티는 최근 줄어드는 반면 매출이나 순수익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할당받는 지분 보유는 늘어나는 추세다.

런닝개런티와 지분은 일종의 ‘옵션’인 만큼 출연진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건 아니다. 실제로 ‘7번방의 선물’ 출연진의 런닝개런티가 공개된 뒤 영화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또 다른 배우 김정태와 박신혜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관객의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이들은 별도의 런닝개런티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누군 받고 누군 못 받는 ‘차별’처럼 비쳤다.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기여도’와 ‘인지도’에 따라 보너스 대상을 정한다고 설명한다. 한 영화 제작자는 3일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흥행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개봉 영화가 아무리 많아도 티켓파워를 갖춘 스타 배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고려해 추가 보너스 계약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760만 관객을 모은 ‘명량’처럼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출연진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영화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별한’ 경우다. 최근에는 흥행을 좌우하는 소수 배우의 출연료와 지분이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보너스마저도 빈익빈 부익부의 양상인 셈이다.

실제로 하반기 개봉 예정인 한 대작 영화의 경우 출연 배우 3명이 확보한 지분이 총 매출의 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사 비용 등을 제한 순수익이 아닌 총 매출의 5%를 할당받는다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도 크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일부 배우에게 힘이 집중된다면 향후 참신한 기획은 줄어들고 제작 환경 자체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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