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삼관’ 하정우 감독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입력 2015-02-11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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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겸 감독 하정우는 “허삼관의 헤어스타일과 옷 등에 아버지의 모습이 녹아 있다. 아이들과 얘기할 때 장난치는 듯한 말투도 어릴 적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신은 하정우에게 모든 재능을 선물한 걸까. 배우가 본업이지만 책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예술적인 재능을 쏟아내다시피 하고 있다.

2013년에는 연출의 영역까지 발을 넓혔다. 저예산 영화 ‘롤러코스터’의 메가폰을 잡았다.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의 첫 연출작인만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7만 명을 기록한 이 영화는 단순히 흥행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실패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독특한 하정우식 유머와 감각적인 연출을 통해 ‘감독’ 하정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 기회는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왔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허삼관’을 만났다. 영화는 가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먼저 주연 허삼관 역을 제안받은 하정우는 제작 과정에서 연출까지 도맡게 됐다. 주연과 감독을 동시에 맡은 영화로 이르자면 첫 멀티작인 셈이다.


Q. 감독이자 동시에 배우라는 점이 연출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A. 장점으로 작용했다. ‘허삼관’에 나오는 대부분의 배우가 전작에서 함께했던 분들이다. 같은 배우의 입장이기 때문에 출연을 제의하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말하는 건 쉬웠다. 일방적으로 설득하기 보다는 ‘힘을 좀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접근해서 통했던 것 같다.


Q. 이경영 김영애 조진웅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는 없었나.

A. 그 점을 많이 고민했는데 ‘캐릭터가 선 밖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괜찮겠다’ 싶었다. 또한 원작 소설의 방대한 양을 2시간짜리로 영화로 압축하다보니 대부분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지도 있는 배우들이 참여하면 시나리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캐스팅했다.


Q. 많은 배우를 한번에 아우른 감독 하정우의 노하우가 있나.

A. 노하우 같은 것은 따로 없었다. 무리한 것을 시킨 적도 없고 그럴 만한 장면도 없었다. 더군다나 내 스스로가 돌려 얘기하거나 꾸며서 얘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내놓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멀티로 소화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신이 있나.

A. 영화 후반에 허삼관이 서울 시내에서 일락을 만나는 신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다. 엑스트라가 350명 정도 왔는데 그 앞에서 감정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내가 막 눈물을 흘리다 닦고 모니터 앞에 가서 진행하는 건데 참 민망한 상황이지 않느냐. 배우들이나 스태프는 촬영 후반부라 익숙했겠지만 엑스트라들은 나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웃음)


Q. 세트부터 디테일한 소품까지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A. 처음에는 세트보다 산간마을이나 바닷가 마을의 빈집을 활용하려고 했가. 그런데 그게 세트를 새로 짓는 것만큼 비용이 많이 들더라. 그래서 순천과 합천에 고증을 토대로 세트를 짓게 됐다. 소품에 신경을 많이 쓴 이유는 이 영화가 정서적으로 동화 같은 느낌이 났으면 했다. 마을 중앙에 개천이 흐르는데 6·25 전쟁 직후지만 그 시대에도 낭만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댈 수 있는 휴식처 같은 곳? 그래서 대대적으로 개천 공사까지 했다.


Q. 동화 같은 작품을 만드는 감독 하정우라니. 배우 하정우와 다르게 느껴진다.

A. 느와르 영화만 할 것 같은가?(웃음) 물론 그런 장르도 좋아한다. 특히 마틴 스콜세지 영화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지금의 나는 신인감독으로서 그 길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더 살고 더 경력이 쌓이면서 깨달음이 더 있고 정말 ‘내 것’을 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 그때까지는 정말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서 감독으로서 나의 색깔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Q. 다음 연출작은 어떤 작품일까.

A. 항상 은연중에 생각하는데 비밀이다. 혼자 머리 속에서 확장을 시키곤 한다. 배우를 할 때도 재밌는 말을 들으면 ‘다음에 애드리브로 써먹어야 겠다’고 기록을 해놓는 편이다.


Q. ‘허삼관’처럼 다시 주연과 연출을 동시에 할 계획이 있느냐

A. 이번에는 몰랐기 때문에 했다. 이 정도 분량이라면 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그래도 둘 다 다 하는 게 재밌더라.


Q. ‘허삼관’에서 ‘만두 먹방(먹는 방송)’이 일품이던데 다음에도 기대해도 되는 건가.

A. 한 입 베어 무는 게 고수의 느낌이 나지 않던가. 단독 샷으로 만두를 끝까지 삼킬 때까지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쉽다. 농담이고 먹방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나는 재밌다. 그러나 그걸 의식해서 따로 넣으면 영화 전체에 폐를 끼치게 된다. 때문에 먹방과 영화는 별개로 생각해야한다. 다음 연출작에서 ‘범죄와의 전쟁’ 탕수육 먹방처럼 자연스럽게 먹는 장면이 있다면 시원하게 고속카메라를 쓰고 트랙을 깔아보겠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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