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마법 ‘챔피언스 룸’ 있다

입력 2015-02-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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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 룸’의 주인인 램버트 심 씨의 거실에는 스타들이 남기고 간 기념품들이 가득하다. 심 씨는 챔피언스 룸에서 생활했던 김대현, 노승열, 대니 리가 두고 간 골프백을 애지중지 보관하며 ‘가보’로 삼겠다고 했다. 아래 사진은 ‘챔피언스 룸’에서 생활했던 선수들이 사인한 골프공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미국진출 골퍼들의 베이스캠프 ‘램버트 심씨의 집’
방에서 묵었던 허미정·최나연 등 우승해 이색 명칭

“미래의 챔피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는 ‘제2의 최경주’와 ‘제2의 박세리’를 기다리는 ‘챔피언스 룸’이 있다. 재미교포 램버트 심(47·한국명 심원석) 씨의 집으로, 한국의 골프 꿈나무들을 스타로 길러낸 요람과도 같은 곳이다.

심 씨의 집 1층 거실 옆에 마련된 이 방이 ‘챔피언스 룸’으로 된 사연은 길다.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당시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던 고교생 최나연(28·SK텔레콤)과 허미정(27·하나금융그룹)이 인근에서 열린 캘러웨이 주니어골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미국에 오면서 시작됐다. 둘은 심 씨와 친분이 있던 최봉암 당시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의 소개로 이 집에 머물게 됐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 했지만, 다행히 심 씨의 보살핌으로 최나연과 허미정은 불편함 없이 미국의 주니어골퍼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심 씨의 집은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하는 선수들의 베이스캠프가 됐다. 이후 이 방에서 생활한 선수만 20명이 넘는다. 노승열(24·나이키골프), 장하나(23·비씨카드), 김인경(27), 윤채영(29·이상 한화), 홍순상(35·SK텔레콤), 김대현(27·캘러웨이),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5·한국명 이진명) 등이 ‘챔피언스 룸’을 거쳐 갔다.

우연의 일치일까. 이 방에서 생활했던 선수들은 하나같이 우승이라는 선물을 전해왔다. 그리고 모두 한국골프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챔피언스 룸’이란 명칭이 붙은 이유다.

첫 우승의 물꼬를 튼 주인공은 허미정이다. 당시 고교생이던 그녀는 귀국 후 2개월 만에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음은 최나연이다.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 출전한 그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프로 직행티켓을 따냈다.

챔피언들의 흔적도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거실 한편에는 ‘챔피언스 룸’을 거친 스타들의 사인이 담긴 골프공, 골프백, 골프클럽 등이 잘 전시돼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이 방을 찾을 때마다 힘을 얻게 되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심 씨는 “이 곳에서 생활했던 선수들이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누가됐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방을 내줄 것”이라며 새로운 챔피언을 기다렸다.

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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