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여행③] 타가이타이 화산,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장소

입력 2015-03-18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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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기자 ywl@donga.com

[마닐라 여행③] 타가이타이 화산,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장소

여행이 록(Rock)처럼 주관적이라고 했던가. 타가이타이(Tagaytay)로 가는 여정도 마찬가지다. 숱한 여행지 중 이곳을 들려야 하는 이유가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첫 번째 여행지고,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휴양지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타가이타이를 향하며 보이는 필리핀 특유의 자연.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다. 마치 강원도와 전라도를 합쳐 놓은 듯한, 조화롭지 않을 것 같으면서 묘하게 공존하는 필리핀의 자연이다. 익숙한 도시를 벗어나 처음 마주 보게 된 필리핀의 자연은 ‘여행은 멀리가라’는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모습이 필리핀의 상징이지 않을까. 타가이타이로 가는 여정은 특별한 날, 특별한 장소가 아님에도 흥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주관적이겠지만 한 번쯤 빠져들어도 될만하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타가이타이는 마닐라 시티에서 남쪽으로 약 64km 떨어져 있다.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첫 도착지는 화산이 보이는 전망대이다. 수억 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km, 폭 18km에 이르는 거대한 따알호수(Taal Lake)가 형성됐다.

1977년 화산이 다시 폭발했고 이후 40여 차례 폭발이 이어졌다. 호수 안에는 새로 분화구가 형성되는데 이 화산이 그 유명한 따알화산(Taal Volcano)이다. 세계에 몇 안 되는 복식 화산. 그리고 지금도 활동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이다.

타가이타이의 뜻은 ‘아버지의 엉덩이를 걷어차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예부터 이곳에 불효자가 많이 살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타가이타이 화산은 마치 자녀가 부모의 품 안에 들어온 모습이다. 엄청난 호수 안의 작은 화산은 산전수전을 겪고 돌아온 탕자의 모습처럼 평온해 보인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평소 타가이타이는 화산재가 많이 날려 비가 오는 날에 찾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약간의 비가 내리는 날 이곳에 도착했다. 우연한 일치도 하나의 주관적이라면 우리는 여행의 묘미를 여기서도 찾을 것이다. 호수 가까이 가니 구름 낀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들뜬 기분으로 호수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 있는 화산은 거인처럼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화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호수에서 배를 타고 약 10분간 들어간다. 조랑말을 타고 1시간의 여행을 한다. 600m 정상에 다다르면 꼭 백두산의 천지처럼 큰 분화구가 나타난다. 길이 험난하고 땀도 흐르지만 시원한 바람에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호수 안의 또 다른 화산을 바라본다. 탄성을 억누르고 자연을 바라보는 기분. 괜한 발걸음이 아니었다.

여행이 주관적이라는 것. 그만큼 매력적이다. 타가이타이 화산은 그런 곳이다. 비가 오고 햇살이 다시 비추는 등 날씨의 변덕에도 만족을 주는 장소가 이곳이다. 이번 여정은 무엇에 홀린 듯 마지막 여정까지 긴장과 설렘의 끈을 놓지 않게 해준다. 호수를 바라보고 차에 올라 다시 긴 시간 달린다. 창밖으로 필리핀 들판이 조용히 지나간다. 그 풍경에 긴 여행의 피로를 풀어본다.

문의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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