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카드, 도박중독 막는 ‘만능카드’ 아니다

입력 2015-03-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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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감위, 30일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 결정
합법사행산업 규제 땐 불법도박 증가 우려
전자카드 유병률 감소 효과도 설득력 없어


사행산업 전자카드 전면도입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전자카드 전면도입 논리를 뒷받침하는 ‘전자카드가 도박중독 유병률을 줄이고 시행체의 매출감소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에 대해 시행체(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들이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전자카드는 도박중독을 막는 ‘만능카드’일까.


● 30일 사감위 전체회의서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 결정

사감위는 오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 및 2015년 전자카드 확대 시행 권고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사감위 전문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의결하지 못하고 재논의 하기로 했던 ‘논란의 시행안’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감위는 올해부터 경주류에 대해 전자카드 지점을 확대하고 2018년부터는 경마, 경륜, 경정과 복권류, 카지노 등 모든 사행산업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베팅스포츠 참여자들은 반드시 전자카드를 통해 경주권을 구입해야 한다. 또 경마 등 경주류 장외발매소의 20%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전자카드 전면지점(현금 3만원 병행)으로 전환해야한다. 이어 내년에는 30%, 2017년에는 70%까지(현금 1만원 병행) 확대된다.

사감위는 그동안 전자카드 시범운영으로 도박중독 유병률(전체 인구 중에서 도박중독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점유율)이 줄고 시행체가 우려하는 매출감소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는 논리로 전자카드 전면도입 정책을 강행해왔다.

우선 경륜경정 동대문지점(2012.8월 전자카드 전면 도입) 사례를 들어 전자카드의 유병률 감소 효과를 주장한다. 지난 2013년 9월 ‘사행산업 전자카드제도 도입 영향 분석 연구’에서 2008년 6월 유병률 70%였던 동대문지점이 전자카드 전면도입 후 40.3%로 29.7%P 감소했다는 것. 여기에는 마사회 인천중구 지점(5만원 현금 병행)의 전자카드 도입 후 유병률도 40.9%P 줄어든 것으로 되어있다.


● “사감위 도박중독 연구 결과 설득력 없다”

사감위의 ‘연구 결과’에 대한 시행체들의 입장은 어떨까. 경마, 경륜, 경정 시행체인 한국마사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전자카드 도입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전자카드 효과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사감위와 많은 차이가 있다.

먼저 도박중독 유병률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감위 조사에서 특이한 것은 전자카드를 전혀 시행하지 않는 경륜 장안지점의 유병률은 6.3%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공단과 마사회 측은 이러한 점을 들어 전자카드의 유병률 감소효과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전자카드로 인한 매출감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감위측 주장에도 반론을 제기한다. 경륜측은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된 동대문지점은 시행 1년 후 도입 전에 비해 매출이 58.7% 줄어 반 토막이 났고 2년 후에는 시행 전 대비 65.7%가 줄었다”며 “지난해는 16억원의 운영적자를 낳았다”고 밝혔다.


● “합법사행산업 규제 땐 불법도박만 더 키울 수도”

경마, 경륜의 매출은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자카드제가 전면 도입되면 매출이 급격히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마 경륜의 매출 감소는 단순히 해당 시행체의 매출감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공공 및 지방재정 지원과 축산발전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의 조성에 기여해 온 사업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행체들은 전자카드 전면 도입을 사실상 사업의 존폐와 직결되는 위기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법사행산업 규제 강화는 불법도박시장만 키우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명확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전자카드라는 규제를 합법시장에 덧씌울 경우 풍선효과로 오히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불법도박시장만 웃게 만드는 역기능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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