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만나다② ] ‘건래퍼’ 펜토 “내가 서는 곳이 바로 무대”

입력 2015-03-23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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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가요계에서 힙합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힙합 가수들이 싹쓸이하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힙합 가수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지향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덩치키우기를 넘어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한국 힙합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언더와 오버의 다양한 뮤지션을 ‘힙합을 만나다’코너를 통해 만나보자>>

[힙합을 만나다 ②] 펜토 (래퍼 / 쥬스엔터테인먼트)

○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 내가 서는 곳이 바로 무대
○ 닉네임 ‘건래퍼’, 갇히고 싶지 않다.

“힙합 하는 가수들이 설 기회가 많아진다는 게 참 기뻐요. 래퍼들이 자유롭게 노래하고 경쟁할 수 있는 자리가 늘어날수록 가수들은 힘이 나거든요. 물론 래퍼를 꿈꾸고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면을 제공할 수 있겠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펜토는 지난 2008년 첫 앨범 ‘Pentoxic’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입문했다. 그는 ‘Microsuit’, ‘You Never Know’ 등 신선한 가사와 창의적인 리듬의 힙합 곡으로 팬들을 만나왔다.

새로 발매한 3집 ‘ADAM’은 지난 2012년부터 작업한 곡들 중 자신의 음악적 시초를 담은 곡들로 채워졌다. 타이틀곡 ‘MMM(Money. My Motivator)’는 펜토가 대중에게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 있는 곡이다.


◆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타이틀곡에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넣었습니다. 음악이 목적이었고 돈은 수단이었는데 어느 순간 돈이 목적이 된 것 같아요. 이상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선 돈도 필요한 요소였던 거죠.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희망을 잃지 말고 올인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펜토의 3집 앨범에서 눈여겨볼 점은 현실을 반영한 직설적인 가사뿐만이 아니다. 이번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은 다름 아닌 25번부터 시작된다.

“한 앨범으로만 끝나버리는 게 아쉬웠어요. 그래서 번호를 붙이기 시작했죠. 1집과 2집을 발매하고 보니 두 개의 덩어리를 연속해서 이어가는 일종의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각각은 다르지만 하나로 묶어놓아도 전혀 이질감 없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영화에서도 ‘비긴즈’의 개념이 있듯이 시리즈처럼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 내가 서는 곳이 바로 무대


이러한 야심찬 음악의 꿈을 꾸기 시작한데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의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펜토는 고향인 포항을 떠나 대전에서 45RPM과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에 입성해서는 주로 강남이나 홍대 클럽 등지에서 대중들과 만났다.

“정해진 무대는 따로 없었어요. 제가 서는 곳이 바로 무대가 됐어요. 길거리는 물론이고 미군 같은 곳에서도 공연을 하기도 했죠. 정말 막무가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죠. 어느 무대든 막 서다보니 대중 앞에 서는 내공이 쌓이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시간들 덕분에 이제는 어느 곳에서라도 당당하게 설 수 있게 됐습니다.”

대중 앞에 서고 싶어도 들어줄 대중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펜토 역시 이 점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갖고 있었다.

“미술은 보여져야 가치가 있고 음악도 들어야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노래 중에서도 충분히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곡들이 존재하거든요. 지금의 제 노래를 좋아해주시는 팬들도 계시지만 더욱 많은 분들이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들려드리고 싶어요. 들어줄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면 음악 하는 가수 입장에서는 더욱 힘이 나거든요.”


◆ 닉네임 ‘건래퍼’, 갇히고 싶지 않다.


펜토는 자신이 하고픈 음악을 하기 위해 스스로의 기준선을 삼고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틀 안에 갇히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

“제 닉네임이 엇박자로 랩을 한다 해서 ‘건래퍼’거든요. 별칭이 있다는 건 좋지만 그 이름 안에 갇혀서 한 가지의 것만 보여드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랩이면 힙합, 싱어면 발라드라는 식의 제약에 국한되고 싶지 않아요. 하루에 삼시세끼를 먹을 때도 매일 다르잖아요. 그런 색다른 음악을 대중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펜토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신이 택한 음악의 열정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인생에서 보통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잖아요. 그 기회가 다 지나 갔을 수도 있고 아직 안 왔을 수도 있지만 이것 하나만은 자부할 수 있어요. 음악을 선택한 것, 그래서 음악을 지금 하고 있다는 것이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기회이자 선물인 것 같아요. 앞으로 다양한 음악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쥬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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