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선발투수 티켓파워의 비밀

입력 2015-04-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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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카드는 존재했다. 팀의 에이스가 선발등판하는 날에 더 많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넥센 밴 헤켄(왼쪽 위), 두산 니퍼트(왼쪽 아래), SK 김광현(가운데), 삼성 윤성환(오른쪽 위), KIA 양현종은 지난해 관중동원에서 큰 역할을 했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김광현 등판땐 평일경기라도 관중 2500명 더 온다

선발투수와 관중동원의 상관관계

밴 헤켄·니퍼트·양현종·김광현·윤성환 등
에이스 투수 나올 때 야구팬들 많이 몰려
주중경기엔 승리 열망하는 열성팬들 주류
김광현 평일 평균 관중수 압도적 티켓파워

무엇이 팬들을 야구장으로 오게 만들까. 일단 성적을 꼽을 수 있다. 지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팬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돔구장이 없는 KBO리그의 속성상, 날씨도 큰 변수다. 이밖에 대진이 어떤지, 공휴일인지 여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선발투수의 티켓파워는 얼마나 작용할까. 스포츠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선발투수와 관중의 상관관계를 탐색해봤다.


● 팬들은 승리를 원한다!

결과를 살펴보면 ‘팬들이 야구를 알고 구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표 참고>. 지난해 주중·주말경기에서 모두 팀 내 관중동원 1위를 차지한 투수는 넥센 밴 헤켄, 두산 니퍼트, KIA 양현종, 한화 이태양이었다. 2014년 이 4명의 투수는 두 말이 필요 없는 에이스들이었다.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다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최상의 카드에 관중이 쏠린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SK인데, 주말경기 1위는 채병용이지만 주중에는 김광현이었다. SK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SK의 평일 43경기 평균관중은 1만11명이었다. 그런데 김광현이 등판한 평일 10경기의 평균 관중은 1만2655명으로 치솟았다. 무려 2500명 이상 증가했다. 김광현의 티켓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반면 선발투수들이 고른 삼성, NC, LG와 롯데는 주중 관중동원 1위 투수(배영수-찰리-류제국-장원준)와 주말 관중동원 1위 투수(윤성환-이재학-리오단-유먼)가 엇갈렸다.


● 주중경기와 선발투수의 상관관계

프로야구는 인프라 혁신과 팬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가족적, 여성친화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날씨만 좋고, 매치업만 잘 받쳐주면 주말경기에서 매진을 노리는 것이 더 이상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주중경기는 적어도 지금까지 관중동원의 사각지대처럼 여겨졌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관중이 일요일 관중에 필적할 만큼 증가했지만 화∼목요일 3연전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날씨가 안 받쳐주면 5000명도 버겁다.

이런 풍토에서 주중경기 관중동원 1위 투수 리스트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주중경기는 야구장 분위기가 아니라 진짜 야구경기 자체에 몰입하려는 관중의 폭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가 응원하는 팀에서 A급 투수를 낼 때 구장을 찾는 비율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KBO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목요일 평균 관중(8881명)이 가장 낮고 월∼수요일은 9000명대였다. 금∼일요일은 1만1000명을 웃도는데, 특히 토요일은 1만6142명에 달했다. 아무리 에이스를 내도 평일관중이 떨어지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 단, 이기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홈팬들은 주중에도 기꺼이 야구장을 찾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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