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리웨이펑 “수원에서 2년…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입력 2015-04-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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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축구의 레전드’ 리웨이펑은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되돌리고 싶은 시간으로 K리그 수원삼성에서 뛴 2시즌을 꼽았다. 거친 플레이로 한때는 ‘증오의 대상’이었던 그는 짧은 한국축구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스자좡(중국)|남장현 기자

■ 中 축구영웅 리웨이펑

“K리그 수원서 뛰고난 후 한 걸음 도약
베테랑 이동국·차두리 활약은 자극제
친정팀 선전FC로 되돌아가 은퇴계획
제2인생은 지도자…수원서 배우고파”

요즘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화두가 있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베테랑들의 활약이다. 이동국(36·전북현대)과 차두리(35·FC서울)가 중심이 된 베테랑들의 아름다운 열정은 K리그스토리를 한층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일본에도 50대를 바라보는 ‘왕년의 스타’ 미우라 가즈요시(48)가 J2(2부)리그 요코하마FC에서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명성을 떨친다. 중국에서도 도전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한 시절을 풍미한 ‘현역 전설’ 리웨이펑(38·톈진 테다)이다.

빼어난 수비력을 갖춘 그이지만 종종 거칠고 신중치 못한 플레이와 거침없는 언행으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자국 축구협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출전정지 등의 중징계도 받았다. 그러나 중국 축구계에선 누구보다 풍성한 이력을 남겼다. 중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월드컵(2002년 한국·일본)과 올림픽(2008년 베이징)에 출전했고, 112차례 A매치에 출전해 센추리클럽에도 가입했다.

자국 내에서도 평판이 분분한 리웨이펑에 대한 한국축구의 기억은 어떨까. 한때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2009년부터 2시즌 동안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그는 차범근(62) 전 감독의 총애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얼마 전 스자좡 용창과 톈진 테다의 중국슈퍼리그 경기가 열린 스자좡에서 리웨이펑을 만났다. 그는 “예전이 너무 그립다”는 말로 2년간 수원에서 지낸 때가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되돌리고 싶은, 되돌아가고 싶은 시간이라고 했다. 우승 경험은 비록 1회(2010년 FA컵)였지만, 새로운 자신을 발견함과 동시에 숱한 추억을 쌓은 계기였다고 했다.

“K리그 선수로 보낸 2년으로 난 한 걸음 도약할 수 있었다. 한국말을 잘 못하는 한국인으로 생각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면 참지 못하는 강한 한국인의 승부사 기질은 내 성향과 닮았다. 한국축구 특유의 파이팅 정신과 프로의식을 두루 깨우치고 돌아왔다.”

리웨이펑은 K리그 친정팀에 대한 격려를 빼놓지 않았다. 1년에 꼭 1∼2차례 이상 한국을 찾아 수원의 경기를 관전해왔다. 심지어 수원 유니폼을 입고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꿈까지 꿀 정도로 친정팀을 사랑한다. 수원은 최근 서정원(45) 감독 체제 속에 체질개선에 성공해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올리고 있다. 리웨이펑도 후배들의 선전이 반갑다. “젊고 빠른 템포의 팀으로 바뀌었더라. 생기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수원이 오랜만에 트로피를 꼭 하나 땄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한국의 베테랑들도 변함없는 관심사다. 동시대를 거의 함께 걸어온 한국축구의 ‘또래’ 이동국, 차두리 등의 활약은 리웨이펑에게 긍정의 자극제다. “(이동국은) 가장 기억에 남는 동료였다. 가장 잘할 수 있을 때 시련과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나 아픔을 딛고 꾸준히 위치를 지켜가고 있는 점 등 우린 공통점이 참 많다”던 그는 “(차두리는) 내가 프로에 데뷔한 선전FC(전 선전 핑안)에서 차범근 감독님의 지도를 받을 때 종종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좀더 오래 뛰며 귀감을 남겼으면 좋겠는데 (은퇴 소식으로)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또한 차두리처럼 제2의 인생, 은퇴시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리웨이펑은 조금 민감할 수 있는 물음에 담담하게 답했다. 올 연말 톈진과 계약기간을 채운 뒤 선전FC에서 현역 생활을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내가 오래 뛴(1998∼2002년) 선전에 돌아가 정든 유니폼과 이별할 생각이다. 지금은 갑리그(2부)에 속해 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게 프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올해 안에 또 다른 계획이 있는데, 두 살 배기 아들을 축구장에 안고 데려가 그간 아빠가 뭘 했고, 누구인지 보여주고 싶다. 당장은 이해 못해도 훗날 사진을 보며 그 때를 떠올릴 수 있을 거다.”

일단 다음 인생은 지도자로 정했다. 유럽 연수는 물론, AFC 지도자 라이선스 과정을 밟으며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지도자 교육 과정을 한국에서 받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리웨이펑은 “프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K리그에서 배우고 싶다. 특히 수원에서 받는다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스자좡(중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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