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현모양처의 대명사라고?…사임당의 민낯을 밝히다

입력 2015-05-21 2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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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사임당’ 출간…닫힌 시대 주체적 삶을 꾸려간 조선판 ‘여자의 일생’

이제까지 알고 있던 ‘신사임당’에 대한 생각은 지워라. 사임당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5만원짜리 지폐 인물, 현모양처의 대명사, 율곡의 어머니, 효도의 지존 등으로만 알고 있다면 뇌가 청순한 사람에 속한다.

여기 ‘사임당’(임해리 지음 l 인문서원 펴냄)이라는 책이 있다. ‘현모양처 신화를 벗기고 다시 읽는 16세기 조선 소녀 이야기’란 긴 부제가 붙어있듯이 사임당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왜곡을 풀어주고 진실과 거짓말을 사료를 기반으로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먼저 사임당이 ‘현모양처의 대명사’라는 평가는 100년 전에 만들어진 왜곡된 신화라는 것이다. 현모양처라는 단어 자체가 일제 강점기 식민지배의 일환으로 일본 군국주의가 원하는 여성상인 ‘양처현모’ 개념의 한국판이다. 조선시대엔 ‘열녀효부’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식민지 이데올로기 주입의 일환으로 ‘군국의 어머니’로 둔갑했다. 이후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슬로건 아래 사임당과 이순신을 민족의 영웅으로 부각시키는데 활용했다. 사임당은 사후 460년 동안 이데올로기의 희생자였다.

사임당에 대한 무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09년 5만원권 지폐 인물로 사임당이 선정되자 여성계의 반발이 컸다. 불가론의 요지는 이렇다.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신사임당의 화폐 인물 선정을 반대한다.’ ‘신사임당은 율곡의 어머니라는 유교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어 화폐 여성 인물로 적절치 않다.’ ‘신사임당처럼 가족주의 틀에 갇힌 여성보다 21세기형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여성을 제안한다.’
그러나 사임당의 생애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그녀는 가족주의 틀에 갇힌 여성이 아니라 오히려 그 틀을 깨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갔던 인물이다. 진보적인 여성계에서 조차도 신사임당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사임당의 민낯은 무엇인가. 책은 먼저 사임당의 시대인 16세기 조선 풍경을 조명한다. 처가살이, 남녀평등의 재산 상속, 자유로운 이혼과 재혼 등의 시대상을 통해 사임당의 장기 친정체류(3년)의 오해를 풀어준다. 이어 사임당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총명하고 재주 많은 소녀. 아버지의 아낌없는 후원 속에 경전을 읽고 예술적 재능을 꽃피우는 과정을 소개한다. 또 스스로 당호 ‘사임당’을 정해 여성 군자의 꿈을 키우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어린시절을 조명한다. 이어 열아홉에 이원수와 혼인해 아내와 어머니의 삶을 복원하고 사임당의 자녀교육관, 예술관 등을 분석한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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