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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사진)은 어느 인터뷰에서 “권혁이라는 투수의 한계를 잘못 봤다”는 말을 했다. 즉, ‘더 던져도 된다’는 얘기다. 한 야구해설가는 이렇게 반문한다. “야구가 인간 한계의 시험장인가?”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인권의 문제다. 저러다 망가지면 그 다음은 누가 책임지는가?” 김 감독은 이런 말도 했다. “한화에는 한화의 살림이 있다. 나는 트레이닝 파트에서 안 된다면 안 쓴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언급할 때, 북한이나 중국에서 많이 듣던 논리다. ‘내정간섭’, ‘한화에는 한화의 사정이 있을 테고, 바깥에 있는 사람은 잘 모른다’는 말은 현 시점에서 꽤 일리가 있다. 다만 이에 관해 여러 팀을 거친 한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트레이닝 파트는 전문가지만, 모시는 감독 성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같은 증상이라도 감독이 김성근이냐, 김용희냐에 따라 출장 가능이라는 애매한 경계가 달라질 수 있다. 코드를 못 맞추면 감독의 뜻을 받들지 못하는 것이 된다.” 실제 김 감독을 따라다니는 트레이닝 코치들이 취임과 함께 합류했다. 이들의 전문성과 철학을 의심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전문가도 결국 조직의 일원인 현실론을 말하는 것이다.
#한화는 지긋지긋한 꼴찌를 벗어나 5할 싸움을 하고 있다. 팬들도 열광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무리와 성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말한다. “올해 한화가 실패하면 엄청난 피로감이 선수단을 덮친다. 통장에 돈 꽂히는 재미로라도 지옥을 버틸 텐데, 성적이 안 나서 그마저도 없으면 어쩌겠나?” 지난해 비활동기간에 한화 내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김 감독 취임 이후 한화는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전지훈련, 재활 등에 걸쳐 전권을 주고 엄청난 지출까지 감수했다. 김 감독이 실패하면 ‘한화는 김성근이 와도 안 되는 팀’이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팀의 미래가 담보된 상황이다. 그래서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