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400홈런’ 이승엽이 설렌다

입력 2015-05-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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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승엽은 ‘한국야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한·일 통산 500홈런을 넘겼고, 이제는 KBO리그 통산 400홈런에 2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쉽게 나오기 힘든 대기록을 향한 그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대기록 -2…“나에게도 대단한 의미”

“400홈런은 ML 선수들이나 치는 줄 알았다
데뷔할 땐 내가 한국서 치리라 상상도 못해”

일본서 8년 보내고도 2위 양준혁과 47개 차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400홈런은 저에게 정말 대단한 의미가 있는 기록이 될 겁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또 하나의 거대한 발자국이 새겨진다.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라이언 킹’ 이승엽(39·삼성)이 KBO리그 최초의 40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승엽 개인에게는 물론 KBO리그 역사에도 큰 획을 긋는 이정표다.

이승엽은 28일 대구 넥센전에 앞서 “400홈런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기록이다. 처음 프로에 데뷔할 때, 400개의 홈런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나 치는 숫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에서 치는 날이 오리라고는 현실적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기록을 의식하면서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지만, 400번째 홈런을 치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첫 번째라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승엽이라는 이름은 한국야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고유명사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은 그냥 삼성의 선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수”라고 했고, 김성래 수석코치 역시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 누가 뭐래도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8일까지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398홈런을 터트렸다. 전성기의 8년을 일본에서 보냈음에도 2위 양준혁(은퇴·351개)을 멀찌감치 떼어놓은 채 독보적 발걸음을 옮겨왔다.

실제로 이승엽은 이미 역대 최고의 타자이자 여전히 시즌 30홈런-100타점이 가능한 현역 선수다. 이승엽이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1995년부터 한국야구 홈런의 역사는 시시각각 바뀌었다. 야구국가대표팀 역사에 ‘8회의 기적’이라는 단어를 선물했고, 야구장 관중석에 처음으로 ‘홈런 잠자리채’를 등장시켰다. 이승엽의 홈런에 수많은 한국 야구팬들이 울고 웃었고, 그 숫자가 어느덧 400번에 가까워졌다. 그가 때려내는 홈런 하나하나가 한국 타자들의 자부심이자 한국 야구팬들의 환희다.

이승엽 역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늘 내 자신에게 ‘너는 최고다’라는 암시를 하면서 야구를 해왔다. 무엇보다 우리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 내 아내에게 자랑스러운 남편, 내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선수 생활을 했다”며 “일본에서 8년을 뛰는 동안 힘든 시절도 겪었지만, 그 우여곡절을 다 이기고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더 큰 프라이드를 갖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더 이상 이승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담장을 넘겨 버리는 20대 선수가 아니다. 홈런 하나를 보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 그러나 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고, 하늘에 커다란 아치가 하나씩 그려질 때마다 한국야구의 역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승엽’의 홈런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이 최초로 만들어낼 400홈런은 그래서 더 기다릴 가치가 있고, 더 오래 기억될 듯하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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