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은퇴 후 이주 고려하는 베이비붐 세대, 부동산시장 ‘태풍의 눈’

입력 2015-07-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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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주산의 마지막 세대이자 컴맹의 제1세대. 부모님에게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황제처럼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가족을 위해 일했건만 자식으로부터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따돌림 당하는 세대. 20여년 월급쟁이 끝에 길바닥으로 내몰린 구조조정 세대.’

어느 누리꾼은 자신의 세대를 이렇게 정리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다. 여기에 사족 하나 덧붙이자면 ‘향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세대’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6.25 전쟁이 끝난 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신인류’들이다. 대략 740만명에 달한다.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최대 세대집단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몰고 다녔다. 많은 또래들이 한꺼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교실 등 기반시설이 모자라 ‘2부제’ 수업이라는 고통을 겪었고, 중-고등학교 땐 ‘입시전쟁’ ‘무시험’ 등 기형적 교육제도를 탄생시켰다. 사회에 나와선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느라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경제성장의 달콤한 열매도 누렸다. 웬만하면 취업 걱정 없이 일자리를 가졌다.(요즘 5포세대들에겐 꿈같은 이야기지만) 고졸이나 외벌이로도 중산층 진입이 가능했던 마지막 세대다. 그 덕에 많은 베이비부머들은 ‘두툼한 현금’은 몰라도 집 한 채는 갖고 있다.

이제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 시작됐다. 손에 쥔 건 퇴직금 몇 푼과 집 한 채가 대부분. 재산은 있어도 현금이 녹록치 않다. 국민연금을 타기까지는 기간이 꽤 남았다. 남은 ‘돈줄’은 부동산이 거의 전부다. KB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중 80%가 부동산이다.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들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그 선택은 은퇴 후 집(아파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83%가 ‘은퇴 후 이주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절반이 ‘안락한 노후생활’을 이유로 꼽았다. 다시 말하면 서울 등 도시에 사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집을 현금화(매매 전세 혹은 임대)해서 지방 혹은 수도권의 싼 주택으로 이전하고 나머지는 노후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이런 생각이 현실화될 때는 서울 등 도시의 부동산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만일 이 매물들이 쏟아져 나오면 현재의 인구분포나 가계소득으로 볼 때 매수할 세대가 없어 보인다. 일본은 34∼35세 인구 감소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1990년을 정점으로 주택가격이 떨어졌다. 미국도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1년 전인 2006년부터 주택가격이 하락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들도 부동산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까. 분명한 것은 ‘베이부머발 너울’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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