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의 베팅 ‘청도소싸움’을 아시나요?

입력 2015-07-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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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일진일퇴의 격전을 벌이는 싸움소들.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민속경기인 소싸움은 2011년 9월 경마, 경륜, 경정에 이어 베팅을 할 수 있는 네 번째 합법사행산업으로 인정받았다. 사진제공|한국우사회

2011년부터 주 2회 경기…관광테마로 정착
대중화 위해 장외 발매소·온라인 발매 필요


“밀어붙여! 찍어!”

지난 26일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 을종 우수급이 펼치는 제4경기 소싸움의 열기는 삼복더위보다 더 뜨거웠다. 곳곳에서 파이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차장엔 소싸움 경기를 보러온 차량들로 가득했다. 관광버스도 눈에 띄었다. 많은 게이머들은 경기장 관중석 대신 더위를 식혀주는 복도와 실내에서 출전표를 보며 경기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옆 사람과 의논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입시공부보다 더 열중해 자료를 보며 ‘우권’(소싸움 투표권)의 베팅 칸을 메웠다. 이날 출전한 소는 ‘서천’(6세·한우·홍)과 ‘백마’(7세·한우·청). ‘서천’의 어깨에는 ‘홍’을 의미하는 붉은색 점이 찍혀 있었고 ‘백마’의 어깨엔 ‘청’을 뜻하는 청색 점이 찍혀 있었다. 발매가 마감되자 조교사의 인도 하에 싸움소가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조교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파이팅을 주문했다. 잠시 기싸움을 벌이더니 곧바로 뿔을 맞대고 서로 밀기 시작했다. 툭! 툭! 잽을 날리듯 뿔을 박기도 했다. ‘백마’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밀고 밀리는 경기는 10여분이나 계속됐다. 마침내 ‘서천’의 뿔치기에 ‘백마’가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 홍 ‘서천’의 승리. 경기는 흥미진진했고 격투기를 연상케 했다.


● 소싸움도 경마처럼… ‘소싸움 경기’를 아시나요?


소싸움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민속경기다. 두 마리 황소를 맞붙여 승부를 겨룬다. 암소는 출전할 수 없다. 게임이라는 면에서 경마 경륜과 비슷하지만 경마 경륜이 레이스인데 비해 소싸움은 격투기다. 경기 주체가 소이기 때문에 승부조작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경기는 매주 토·일요일 주2회 열린다. 일대일 대결로 하루 12경기를 한다. 5분씩 6라운드로 30분간 연속경기를 치러 승부를 가른다. 물론 중간에 승부가 나면 끝이다. 마권처럼 우권이 있다. 베팅방식도 단승식(당해경기 승리소-무승부 맞히기) 시단승식(당해경기 승리소-경기시간 맞히기) 복승식(당해경기 승리소-무승부 맞히기, 다음경기 승리소-무승부 맞히기) 시복승식 등 다양하다. 베팅 금액은 100원부터 최고 10만원까지 가능하다.

소싸움은 2011년 9월, 경마 경륜 경정에 이어 ‘제4의 베팅 경기’로 재탄생했다. 경기장은 청도소싸움경기장이 유일하다. 연간 수십만 명이 찾을 정도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소싸움은 농가의 새로운 수익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싸움소 수요증가로 싸움소 전문 사육농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싸움 베팅경기 이전엔 한 농가가 보통 1∼3두의 싸움소를 키웠지만 근래엔 15∼20두를 사육하는 ‘부농’들도 늘고 있다. 또한 경기장 인근 와인터널과 용암온천 등 관광지와 연계해 청도에 관광객을 흡입하는 ‘블랙홀’ 역할도 하고 있다. 소싸움게임의 장점은 가족이 공유하는 문화의 장이라는 것. 관광문화, 전통문화라는 인식이 강해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건전 놀이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 “장외발매소-온라인 우권발매 허용해 달라”

그럼에도 소싸움경기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비교적 건전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이 1개 밖에 없다. 경마 34개소(본장 3곳, 장외발매 31곳) 경륜 23개소(본장 3곳, 장외발매 20곳) 경정 18개소(본장 1곳, 장외발매 17곳)와 대조된다. 게다가 ‘청도’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 같은 불리한 점은 매출액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총매출액을 보면 경마 7조6464억원, 경륜 2조2019억원, 경정 6808억원인데 반해 소싸움은 10억원에 그쳤다. 비슷한 게임종목인 점을 감안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1인당 평균 베팅액도 경마 50만원, 경륜 41만원, 경정 29만원, 소싸움 2만9000원으로 경정의 10분의 1수준이다.

소싸움경기 시행처인 한국우사회는 소싸움게임을 활성화하고 대중화시키기 위해서 △소싸움 장외발매소 건립 △교차발매 △온라인 우권발매 허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사회는 당장 교차발매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장외발매소의 경우 국회의 입법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전통소싸움경기가 성황 중인 정읍 진주 의령 등에 경기장 건립은 현존 법률만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이 지역에 경기장이 건립되면 교차투표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사회는 장외발매소나 온라인 우권발매 허용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 소싸움경기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장외발매소 건립과 온라인 우권발매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을 찾아 정당성을 홍보하고 법률안 개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우사회 박성구 대표는 “민속소싸움대회서 불법 맞대기(2명 이상이 우승소를 놓고 사설로 내기하는 방식)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면 불법도박자들 합법적인 제도권으로 유도할 수 있다. 온라인 우권 발매는 소싸움게임의 대중화를 위한 필요조건이기에 우사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도 l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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