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1000만] 최동훈 “통념을 깨고 싶었다”

입력 2015-08-14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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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둑들’에 이어 ‘암살’로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최동훈 감독은 할리우드로부터도 연출 제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보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게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 광복절 1000만 관객 돌파…영화 ‘암살’ 최동훈 감독을 만나다


‘타짜’도 주위에서 말렸지만 흥행 성공
흥행코드보다 ‘나만의 확신’으로 연출
할리우드 러브콜 좋지만 목표는 아냐


영화 ‘암살’이 광복 70년을 맞는 15일 또 하나의 1000만 관객 흥행 기록을 쓴다. 엄혹했던 1930년대 기꺼이 목숨을 내던져 항일독립운동에 나선 투사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폭넓은 관객의 지지 속에 뭉클한 감동과 공감을 얻은 결과다.

무엇보다 흥행 기록이 탄생하는 날이 광복절이란 점은 ‘우연’으로 넘기기엔 의미가 상당하다. 연출자 최동훈(44) 감독의 선구안과 감각, 대중의 시선을 만족시키는 실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영화가 900만 관객을 막 넘어서던 10일, 제작사인 서울 종로구 이화동 케이퍼필름 사무실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열흘 전 교통사고를 당해 3주 진단을 받았다”는 그는 “그냥 똑같이 지낸다”며 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암살’ 제작을 반대한 의견도 있었다는데.

“자신 있게 ‘이 영화, 망하려고 하는 거죠’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하하!”


-누가 그렇게 반대했나.

“나는 잘 모르지만, 나를 잘 안다고 여기는 사람들. 일제강점기 영화는 흥행이 안 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통념이 무섭다. 상업영화 한 편이 성공하면 비슷한 영화가 쏟아진다. 예를 들어 1959년 ‘벤허’가 흥행하고 비슷한 영화가 쏟아지다 1960년대 영화 ‘클레오파트라’가 폭삭 망한 뒤에 사라졌다. 모두 통념의 결과다.”


-이정재는 촬영장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감독 보기가 미안했다더라.

“내가 많이 뛴다. ‘감독은 무릇 영화를 발로 찍는다’고,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금도 영화 촬영 전 무엇을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체력단련이라 답한다.”


-관객의 사랑이 뜨겁지만 냉정한 평가도 받는다. ‘톱스타만 고집한다’는 식의 평가다.

“글세…. 이정재와 전지현은 ‘도둑들’ 촬영 때는 이 정도 스타는 아니었다. 하하! 스타를 찾는다기보다 적합한 배우를 찾는다. 그들이 스타인 것이다. ‘암살’의 안옥윤을 누가 맡을 수 있을까. 전지현이 아닌 누가 가능할까. 가장 어울릴 만한 배우를 기용하는 게 맞다.”


-여럿이 작전을 펼치는 케이퍼무비를 특히 선호한다. 변신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나도 날 잘 모르겠다. 굳이 주장하자면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범죄)부터 ‘도둑들’, ‘암살’까지 서로 다른 영화다. 사람들은 같은 카테고리로 묶고 싶겠지만. ‘범죄’는 다들 흥행이 안 될 거라 했지만 나는 재미있었다. ‘타짜’ 땐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실패할 거라 했다. 그런 시선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최동훈 감독은 인터뷰 도중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소위 업계에서 통용되는 ‘흥행 코드’보다 자신의 ‘확신’을 믿는다는 투였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영화가 좋다”고 했다. “좋은 영화는 재미있는 영화다. 재미를 하나씩 따져 보면 그 의미는 좀 복잡하지만, 어쨌든 재미가 의미의 반대말은 아니잖나. 재미를 위한 나의 투쟁은 영원하다.”


-‘암살’의 순제작비는 180억원이다.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런데도 촬영하다보면 계속 부족하다. 세트부터 차량 이동까지 계획을 아주 잘 세워야 했다. 한 번 어긋나면 전부 비틀어지니까. 사전작업이 8개월이나 걸린 이유다. 오차 없이 예산을 지켜냈다.”


-친일파 처벌을 목적으로 한 반민특위 장면으로 영화를 끝낸 이유가 궁금하다.

“반민특위 이야기를 영화에 넣을지 말지,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다. 영화를 단순한 활극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영화의 인물들을 완성하기 위한 결말은 반민특위여야 했다. 시나리오 내용을 거의 대부분 수정했지만 그 결말은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짧게 다뤄 아쉽다. 나중에, 누군가, 본격적으로 그리지 않을까.”


-관객의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라스트 장면 멋지네! 염석진(이정재)이 황무지에서 죽는 이유? 일장춘몽이다. 살고 싶던 사람이 외롭게 죽어간다. 통쾌하고, 애처로움이 섞인 이상한 기분을 주고 싶었다.”

‘도둑들’ 성공 이후 그는 몇몇 할리우드 스튜디오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았다. 미국으로 건너가 관련 미팅도 진행했다. 제안은 지금도 이어진다. 적합한 기회가 온다면 거부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할리우드가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면서 “나이 들어, 계속 영화감독으로 살아가는 게 내 진짜 목표”라고 했다.


-후속작 가운데 한 편은 경찰 이야기다.

“며칠 전 영화 ‘베테랑’을 봤다. 와! 정말 재밌었다. 경찰 이야기, 나는 과연 어떻게 찍어야 하나. 색다르게 찍고 싶다. 다음 영화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늘 ‘아! 이번엔 정말 잘 찍어야지’ 한다. 하하!”


-남편이 연출하고 아내가 제작하는 방식은 어떤가.(그의 아내는 영화사 케이퍼필름 안수현 대표다. 이들은 ‘도둑들’과 ‘암살’을 함께했다.)

“편하다. 내가 운이 좋다고 평가받는 건, 전부 제작자를 만난 운이 좋아서다. 걸출한 제작자인 싸이더스의 차승재 전 대표 덕분에 ‘범죄’로 데뷔했다. ‘전우치’는 쉬운 영화가 아니었지만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 덕을 봤다. 안수현 대표가 아내라서 가장 좋은 이유? 감독의 자존심을 세우면서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날 너무 잘 아니까. 난 일만 하면 되는 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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