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매치] 예측불허 공포 VS 미생 공포버전…뻔한 공포는 없다!

입력 2015-08-21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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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퇴마:무녀굴’-‘오피스’(아래). 사진제공|케이프로덕션·영화사꽃

■ ASACC한 키워드로 본 퇴마:무녀굴 VS 오피스

공포영화는 더 이상 여름용 장르가 아니다. 폭염이 지난 늦여름과 초가을, 두 편의 웰메이드 공포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퇴마:무녀굴’과 ‘오피스’다. 그동안 ‘여학교’, ‘교복’으로 상징되던, 익숙한 공포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등장은 기특하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서사가 탄탄하다.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의미. 물량공세 퍼붓는 화려한 블록버스터에 지친 관객에게 더 없이 반가운 두 영화를 ‘아삭’(ASACC)한 키워드로 살폈다.

신진오 작가의 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영화 ‘퇴마:무녀굴’은 다소 ‘뻔한’ 공포영화와는 다르게 끝까지 예측불허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사진제공|케이프로덕션


퇴마:무녀굴 (8월20일 개봉·감독 김휘·주연 유선 김성균)


Acting(연기)

귀신 들린 여인들이 줄이어 나온다. 긴장 놓을 틈이 없다. 주인공 유선부터 조연 임화영, 오연아까지 연기력을 갖춘 여배우들의 섬뜩한 호러 릴레이.


Story(이야기)

동서양 시각에서 공포의 양면을 버무렸다. 제주 김녕사굴 설화에 깃든 무속신앙이 중심. 이를 해석하는 시선은 정신분석학과 기독교이다. ‘영’(靈)의 세계를 대하는 다양한 눈을 의식한, 친절한 배려.


Association(연상)

신진오의 소설 ‘무녀굴’이 원작. 영화는 소설을 토대로 이야기를 다채롭게 확장했다. 제주 4·3사건은 영화의 주요 전환점. 실화 소재 이야기란 점에서 앞선 흥행작 ‘컨저링’이 얼핏 떠오르기도.


Creativity(창의력)

의문스러운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초반부터 ‘귀신’(혹은 범인)이 누구인지 눈치 채고, 결말 예측도 쉬운 여느 공포영화와 가는 길이 다르다. 끝까지 예측불허.


Completeness(완성도)

시청각에 의존하지 않은, 탁월한 ‘공감각’적 표현. 데뷔작 ‘이웃사람’으로 공포에 재능을 드러낸 김휘 감독의 공이다. ‘해운대’부터 ‘심야의 FM’, ‘댄싱퀸’의 시나리오 작가답게, 방대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는 서사로 연결한 실력도 눈에 띈다.

인기 드라마 ‘미생’의 공포영화 버전이라 평가 받는 ‘오피스’는 현실감을 더하는 대사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높인다. 사진제공|영화사꽃


오피스 (9월3일 개봉·감독 홍원찬·주연 고아성 박성웅 배성우)


Acting(연기)

누구 하나 단층적인 인물이 없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본성을 드러내는 연기를 펼친 출연배우 모두 ‘주연상’감.


Story(이야기)

“열심히 일하지만 눈치 없이 삽질만 하는” 김과장(배성우)이 돌연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라진 뒤, 이어지는 연쇄살인 사건. 범인은 사람일까, 귀신일까.


Association(연상)

직장인이라면, 특히 사무직이라면 보는 내내 ‘내 사무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직장인 공감지수 100%. 사표 던지는 홍대리(류현경)의 한 마디가 특히 귀에 박힌다. “살려고 다니는지, 죽으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Creativity(창의력)

‘미생의 공포버전’이라 불러도 되겠다. 사소한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까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최윤진 작가가 10년 넘는 직장생활 경험을 토대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까지 맡았다.


Completeness(완성도)

정글 같은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누구의 도움도 아닌 오직 ‘내 힘’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인턴사원(고아성)을 통해 보여준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어도 공권력은 유명무실하다. 공포심은 물론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은 영리한 선택.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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