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과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입력 2015-09-17 22: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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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 출간

중국이 북한과 전쟁을 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그러나 근거가 있다. 그것도 논리도 있고 주변상황도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이 정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정은 체제를 친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를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이 바로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곤도 아이스케 지음 l 이용빈 노경아 옮김 l 한경BP 펴냄)다.

북중전쟁의 근거는 이렇다. 시진핑이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 및 경제 성장의 둔화, 부패 척결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는 감시와 탄압에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해양 권익을 둘러싼 주변국과의 마찰, 미국과의 대립 등으로 인해 수세에 몰리면서 그 돌파구로 북한과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쟁은 중국 지도자의 구심력을 강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 북중관계 밀월은 끝났다

설마…? 북중 밀월은 끝났다. 중국의 역대 정권은 북한에만 대외 원조 전체의 4분의 1을 할애해왔다. 중국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양을 매년 무상으로 원조하면서 북한을 대접한 이유는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였다.

북한과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중심으로 약 1300킬로미터나 되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지린성과 랴오닝성에는 약 200만 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고, 북한 정권의 위기와 한반도 전쟁의 발발은 수십 만 명의 난민을 양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북한을 활용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북한정권 안정에 일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과 김정은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북중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가 출발점이다. 중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강행한 김정은에 대로한 시진핑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했고, UN 안보리 제재 강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수세에 몰린 김정은은 2013년 2월, 결국 세 번째 핵실험을 강행하게 된다. 시진핑이 북한에 등을 돌리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북한과 중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던 친중파인 장성택을 처형한 사건이다. 2013년 12월, 장성택 숙청이 북한에서 공표되기 전까지 중국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시진핑은 북한에 대한 경제 원조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50만 톤의 원유, 10만 톤에 이르는 식량 원조를 중단했으며, 화학비료 2,000만 톤의 원조 역시 동결했다. 중국의 접경 지역인 단둥에서는 2013년 2월 이후 북한 무역이 거의 정지되다시피 했다. 라선과 신의주의 경제특구 개발도 중단되었다. 중국의 지원이 전면 중단되고, UN 안보리 결의안이 발효되면서 고립 상태에 빠진 김정은 체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 시진핑의 부패척결운동은 군 장악위한 권력투쟁

1949년에 신중국을 수립한 중국공산당 정권은 지금까지 다섯 명의 ‘황제’를 배출했다. 초대 마오쩌둥, 2대 덩샤오핑, 3대 장쩌민, 4대 후진타오, 그리고 5대 황제가 바로 2012년 말과 2013년 초에 걸쳐 당 · 정부 · 군의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 주석이다. 예로부터 ‘새로운 황제는 2년에 걸쳐 권력 기반을 닦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의 시진핑 역시 자신의 권력 기반을 닦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시진핑의 정치 · 외교 정책이 마오쩌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진나라의 시황제식 완전 독재를 지향하고,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던 마오쩌둥을 본받아 현대판 마오쩌둥이 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을 이끌고 조국통일전쟁에 앞장섰던 마오쩌둥과 달리 시진핑에게는 그만한 권위가 없다. 따라서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킴으로써 권위를 회득해야 하는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230만 명 규모의 중국인민해방군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 봄부터 시진핑과 중국인민해방군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8항 규정(간부의 사치를 금하기 위해 공비를 이용한 접대, 출장, 공용차 사용, 뇌물 수수 등을 일제히 단속함)이 군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 정권의 8항 규정 즉, 부패 척결 운동은 현대판 문화대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1966년부터 10년이나 이어진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에게서 시작된 권력 투쟁이었다. 그는 대중을 선동하여 자신을 따르지 않는 간부들과 자신에게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제거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중국에서 몰아치는 부패 척결 운동의 본질 역시 시진핑의 권력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 북중전쟁의 서막이 열리다

현대판 문화대혁명으로 이전 세대들이 쥐고 있던 이권을 되찾아오는 한편, 시진핑은 2013년 한 해 동안 중국인민해방군에 급속히 접근하는 행보를 보였다. 군 창건 86주년이 되는 2013년 8월 1일을 앞두고 사흘간 군사 훈시에 나서면서 간부들을 모아놓고 ‘군인의 본분은 전쟁’이라는 내용의 훈시를 반복했다. 또 2013년 11월에 있었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해역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다는 내용을 공표했다. 이어 11월 26일에는 남중국해에서 해양 훈련을 시작했다.

마오쩌둥은 건국 1주년이 되던 1950년 10월, ‘항미원조’라는 기치를 내걸고 25만 명이나 되는 중국인민지원군을 한국전쟁에 파견했다. 이후 중국 정계에서 마오쩌둥의 구심력은 급격히 강해져 군을 완전히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덩샤오핑은 취임 이듬해인 1979년 2월, 베트남 국경을 공격함으로써 중월전쟁을 일으켰다. 1984년에 베트남과 두 번째 전쟁을 치르면서 그는 정계와 중국인민해방군을 장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역사를 고려하면, 또 시진핑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마오쩌둥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가까운 미래에 시진핑 역시 이웃 나라를 침략할 가능성이 높다.


● 김정은은 왜 타깃이 되었는가

그렇다면 시진핑은 어떤 나라를 전쟁 대상으로 보고 있을까.

중국과 외교적 충돌을 겪고 있는 일본, 필리핀, 베트남 3개국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전쟁을 강행할 경우 시진핑이 오랜 세월 힘들게 일구어놓은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전쟁 대상국은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미국의 우방이 아니어야 한다. 둘째,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만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셋째, 중국이 100퍼센트 이겨야 한다. 넷째, 중국 국민이 싫어하는 국가나 지역이어야 한다. 중국은 육상으로 14개국과 접경해 있고, 해상으로도 일본을 비롯한 여러 국가, 지역과 접해 있다.

그러나 그 많은 나라 중 네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이 통치하는 북한이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는 북한뿐이다. 또 시진핑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세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앞으로 이런 도발이 계속된다면 시진핑 정권의 김정은을 제거할 대의명분은 얼마든지 생긴다. 또 북한의 120만 대군은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중국의 230만 중국인민해방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김정은은 현재 중국 인터넷상에서 ‘진쌍팡’ 즉, 김씨 집안의 셋째 뚱보라 불릴 정도로 중국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외국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2014년 5월에 열린 ‘아시아 상호협력신뢰양성조치회의’ 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은 “육지의 국경을 접한 14개국 가운데 12개국과는 이미 국경선을 확정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남은 2개국이 가상의 적국이라는 뜻인데, 두 나라는 인도와 북한이다. 인도와는 국경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서 대립하고 있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아시아 대국끼리의 본격적인 전쟁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바로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인 것이다.

저자 곤도 다이스케는 중국과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다. 1965년생으로 도쿄대를 졸업하고 ‘주간현대’ 등에서 기자를 했다. 동아시아 문제 연구를 평생 업으로 삼고 이있다. 어떤가. 북중전쟁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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