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당국 관리 부주의 탓’ vs ‘규정 불이행 순례객 탓’

입력 2015-09-25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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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당국 관리 부주의 탓’ vs ‘규정 불이행 순례객 탓’

사우디아라비아 서쪽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정기 성지순례(하지) 기간 중 24일 압사 사고로 최소 717명이 사망하고 863명이 부상(한국 시간 25일 0시 기준)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1990년 1426명이 죽은 성지순례 사고 이후 최대 압사 사고다.

이날 사고는 ‘악마의 기둥’에 돌을 던지는 행사 도중 발생했다고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악마의 기둥’은 메카 중심지에서 동쪽으로 5km가량 떨어진 미나 지역의 204번과 223번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악마 기둥에 돌 던지기’는 성지순례의 절정으로 통하며 가장 위험한 행사로 알려져 있다.

순례자들은 이날 정오경 아라파트 평원으로 자리를 옮겨 기도를 한 뒤 무즈달리파흐에서 주운 자갈 7개를 미나로 가지고 돌아와 마귀와 사탄을 상징하는 돌기둥에 던지는 의식을 거행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외신에 따르면 성지순례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의식에 참석하려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앞서 가던 사람들이 넘어졌고, 그 위로 순례자들이 계속해서 넘어지고 깔리기 시작했다.

수단 출신의 한 순례객은 “압사사고가 나기 전 순례객들은 오도가도 못한 채 탈수 증세를 보이거나 기절을 했다”며 “나중엔 서로 걸려 넘어졌다”고 증언했다.

이번 구조 작업에 사우디 당국은 의료진과 구조대원 4천명과 구급차 220여대를 출동시켰다고 알려졌다.

이번 참사는 지난 11일 사우디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무너져 최소 107명이 사망하고 230여 명이 부상한 지 13일 만에 발생해 사우디 당국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의 하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인 사이드 오하디는 “사우디 당국이 사고 현장 인근의 2개 도로를 막아 이번 비극이 일어난 것”이라며 “사우디가 잘못 대처를 했고 순례객들 안전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칼레드 알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순례객들이 당국의 규정과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다”며 “그들이 지시를 따랐다면 이 같은 사건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순례객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AFP통신은 모하메드 빈나예프 사우디 왕세자가 이번 압사사고의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기사제보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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