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BIFF]강우석 감독 “요즘 차승원과 연애하는 기분”

입력 2015-10-03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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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배우 차승원(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동아닷컴DB

내년 극장에서는 또 한 명의 역사 속 실존인물이 부활한다. 조선 후기 지리학자이자 실학자이기도 했던 김정호이다.

그동안 누구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김정호의 삶을 스크린으로 꺼내는 이는 강우석 감독. 현재 주인공 차승원과 함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제작 시네마서비스)촬영에 한창이다.

2일 밤 부산에서 만난 강우석 감독은 “영화를 찍다보면 유독 아픈 영화가 있기 마련”이라며 “‘고산자’가 바로 그런 작품”이라고 지목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박범신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은 영웅으로 인정받는다. 그들과 비교해 평범한 신분의 김정호는 자신의 삶을 바쳐 많은 이들을 돕고자 했던 인물이다. 역사서와 논물을 샅샅이 훑었다. 역사적인 해석과 평가가 엇갈리고 제각각이라, 객관화시켜 그의 삶을 그리고자 한다.”

‘고산자’는 사계절 전국의 풍광을 스크린에 담는다. 길어야 서너 달 촬영하고 마치는 최근 영화들과 달리 작정하고 나선 ‘대장정’이다. 8월17일 촬영을 시작해 약 두 달 간, 전라도와 경상도 또 다시 강원도로 옮기며 전국의 산천을 누비고 있다.

이는 직접 발로 전국을 거닐며 지도를 완성한 김정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실제로 강 감독이 촬영 전, 영화에 담을 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한 거리만 3만km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을 약 33번 왕복하는 거리이자, 편도로 따지면 무려 75번에 해당하는 엄청난 기록이다.

그렇게 찾아낸 비경에서의 촬영 역시 강행군이다.

강 감독은 “촬영 장비가 올라갈 수 없는 산이나 협곡 촬영에는 히말라야에 있는 셰르파처럼 전문 짐꾼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요즘 하루에 담배 세 갑을 피울 만큼 작업의 부담과 책임감도 상당하다.


○ “‘고산자’의 차승원, 기대해도 좋다”

‘고산자’는 강우석 감독의 스무 번째 연출영화다.

여기에 김정호 역을 맡은 차승원과의 만남 역시 관심을 더한다. 이들은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혈의 누’에 이르기는 흥행 영화의 제작자와 배우로 만났었지만 연출자와 그 주인공으로 손을 맞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 감독은 차승원을 두고 “요즘 그와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차승원을 향한 기대와 신뢰의 마음이 유독 두터워 보였다.

“우리가 주고받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둘이 연애하는 줄 오해할 수도 있다”며 “사랑한다고 자주 이야기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고산자’의 차승원을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촬영장에서 차승원의 연기를 지켜보며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말할 때는 ‘고산자’를 구상하면서 주인공 1순위로 차승원을 고집했던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눈치였다.

영화는 내년 3월에 촬영을 마무리한다. 여전히 6개월간의 여정이 남았다. 그 틈을 쪼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강 감독은 3일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갔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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