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여행 ①]More than Paradise Cebu & JPark Island

입력 2015-11-05 10:4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모두투어 제공

낙엽이 떨어지고 옷차림이 점점 두꺼워지면 슬슬 여름의 따스함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인천에서 4시간 후면 그 그리움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곳. 제법 익숙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이름, 세부. 우리가 알던 천국, 그리고 또 다른 파라다이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늘 밤 비행기를 타고 가던 필리핀 여행이기에 이른 새벽의 찬 공기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질 수 있었던 건 세부의 아침 해가 이미 내 가슴 한가운데에 떠올랐기 때문. 그리고 몇 시간 후, 하늘에서 만난 세부의 아침은 어느 때 보다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었다. 색다른 방법으로 시작된 오랜만의 세부 여행은 지금까지 알지 못하던 새로운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간 이어진 가을 세부 여행, 지난 몇 번의 만남 속에 남겨졌던 안타까움의 자리에 특별한 추억을 새겨 넣은 시간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올랑고 철새 도래지 Olango island Bird Sanctuary
필리핀에서 철새를 보러 간다는 얘기에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철새는 한 겨울에 우리 땅에 찾아와 머물다 가는 새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뜨거운 열대 기후의 필리핀에서 철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자못 궁금하면서 또 신선하기도 했다.
회색빛 하늘에 뒤덮여 검게 물든 바다는 오늘의 목적지가 그리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진정한 자연의 신비는 인간의 품에서 멀어져야만 볼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바다는 일렁임 없이 길을 열어주었고, 올랑고 섬의 선착장까지 안전하게 우리가 탄 필리핀의 전통 배 방카를 인도했다. 이미 세부의 도시적인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린 작은 시골 마을. 하지만 철새들이 모이는 곳은 그곳에서도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다고 했다. 트라이시클사람이 탈 수 있도록 보조 좌석을 설치한 삼륜 오토바이을 타고 좁은 진흙길을 달린다. 덜컹거리는 트라이시클에 앉아있으니 우리에게는 낯선 풍경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세부의 휴양지나 도심에서만 머물렀다면 보지 못했을 필리핀의 평범하고 오래된 삶의 진실. 순식간에 지나치는 것이 못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다.
드디어 철새 도래지에 도착, 관리인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철새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바닷물, 그 위로 듬성듬성 자라난 맹그로브 나무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훤히 열린 바다가 함께 연출하는 태고의 자연은 차분하고 또 몽환적이다.
인간과 철새의 만남을 이어주는 돌다리의 끝에 홀로 서 있는 전망대는 이토록 드넓은 땅 위에 허락된 단 하나의 문명이다. 자연의 신비를 두 눈에 담고 싶어 하는 인간을 위한 장소이면서, 철새들의 평안한 휴식을 지켜주기 위한 철새들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안내원이 가리키는 곳을 망원경으로 들여다봤다. 시간이 맞지 않아 기대했던 철새들의 군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개 한 마리가 그곳에서 철새들을 쫓아 뛰어놀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다시는 마주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장면, 소소함 속에 숨겨진 필리핀의 숨겨진 비경 하나를 담았다.

사진=모두투어 제공



TIP. 올랑고 아일랜드
세부에서 동남쪽에 위치한 섬으로 생태 관광이 가능한 섬 중 하나. 수천 마리의 조류 관찰, 보트 타기 등을 통해 필리핀의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다. 섬의 총 면적은 1,030 헥타르이고, 약 97종의 조류들이 섬에서 확인되었는데, 44개의 종들은 이동하며 나머지 53개의 종은 섬에 머무른다. 조류 관찰에 가장 적합한 기간은 9월부터 3월까지. 해안선부터 맹그로브 숲의 중심지까지 섬 어디에 있든 수 천 마리의 조류들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랑고 섬은 약 50% 정도가 맹그로브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공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TRAVEL MAGAZINE GO ON

<동아닷컴>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