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잭팟!②] ‘인턴 소재’ 흥행 불패

입력 2015-11-06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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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tvN 드라마 ‘미생’- 영화 ‘인턴’-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왼쪽 상단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MBC·CJ E&M·워너브라더스코리아·이십세기폭스코리아

■ 주말기획|‘못난이’ 황정음·‘그녀는 예뻤다’ 공생의 법칙

그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청춘의 성공기가 또 한 번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부모들의 재산 정도에 따라 자녀들의 위상도 달라진다는 ‘수저계급론’까지 등장한 뼈아픈 현실에서 청춘의 열정과 노력이 잔잔하면서도 작은 울림을 주고 있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바로 그 현실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바탕으로 이 시대 청춘의 또 다른 모습을 그려냈다. 더불어 주연조연급 연기자는 물론 신인들까지 주목하게 한다.


● 인턴 소재, 드라마·영화 흥행요인


평범한 계약직 사원들의 도전과 성공 지지
사회서 홀대받고 차별받는 약자 향한 응원

‘인턴 불패’다.

사회나 조직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 직전, 좌충우돌하면서도 목표에 돌진하는 인턴 캐릭터의 건강한 매력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인턴사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과 함께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제목을 ‘인턴’으로 정한 영화는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에 성공했다. 돈, ‘빽’, 학벌은 물론 실력과 경험까지 부족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이들을 향한 시청자와 관객의 묵직한 응원이다.

황정음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와 지난해 말 방송한 임시완 주연의 tvN 드라마 ‘미생’의 성공을 관통하는 공통점 역시 바로 인턴이다.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주인공들이 계약직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높였다.

이는 현실과도 겹쳐 읽힌다. 9월 기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한국경제연구원)은 9.7%로 OECD 국가 중 상위 수준. 하지만 체감 실업률은 그보다 3∼4배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 취업이 된다 해도 대개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출발해야 하는 환경에서 두 편의 드라마가 최근 1년 사이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은 작품이란 점은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에서도 인턴 소재는 흥행 불패다.

5일 기준 누적 관객 346만명을 모은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인턴’이 대표적이다. 인생 항로에 접어든 사회초년생의 모습에 주목한 영화는 9월24일 개봉 이후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흥행 1위 기록을 한국에서 거뒀다. 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역시 보잘 것 없던 인턴사원의 성장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덕분에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거론된다.

인턴들의 활약을 향한 대중의 꾸준하면서도 뜨거운 응원은 최근 사회적인 현상이자 논란으로까지 제기되는 이른바 ‘수저계급론’과도 맥이 닿는다. 온라인과 SNS에서 누리꾼은 부잣집에서 태어난 이들은 ‘금수저’에, 부모덕 보기 어려운 집안 출신은 ‘흙수저’에 비유하고 있다.

이는 실제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김낙년 교수(동국대 경제학과)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국세청의 상속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자료를 분석해 10월 말 발표한 ‘한국 부의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기준, 자산 상위 10%를 차지하는 계층에 나라 전체 부의 66%가 쏠려 있다. 반면 하위 50% 계층이 가진 자산은 단 2%에 불과하다.

이에 비추면 ‘그녀는 예뻤다’의 황정음이나 ‘미생’ 임시완의 성공은 ‘흙수저의 반란’인 셈이다. 현실에서는 홀대받고 차별 받는 약자에 불과한 이들이 비록 드라마에서나마 용기 있는 도전으로 성공을 ‘쟁취’하면서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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