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근면한 그로저 굿!…레오 재영입설은 낭설

입력 2015-12-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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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그로저(오른쪽)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3라운드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한국을 찾은 가족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독일대표팀 소집…가족과 30일 출국
4라운드 공백기간 이유로 교체설 무성
삼성화재 “실력·인성 굿” 헛소문 일축


삼성화재 외국인선수 괴르기 그로저(31·사진)의 가족이 19일 한국을 찾았다. 독일에 거주아는 아내와 7세, 9세 두 딸이 겨울방학을 맞아 온 것이다. 그는 “자녀들을 학교 교육에 빠트리지 않게 하려는 생각에 한국방문을 이 시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로저는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30일 독일대표팀 소집을 위해 출국한다. 내년 1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럽지역 예선전에 참가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만일 독일이 예선을 통과해 준결승, 결승까지 갈 경우에는 복귀 예정일은 1월 12일로 늦춰진다. 시차 적응까지 고려하면 빡빡한 일정이다.

구단 관계자는 그로저 가족의 이번 방문에서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우선 그로저의 돈에 대한 철저한 개념을 확인했다. 지난 시즌까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던 레오와는 큰 차이가 난다고 비교했다.

레오는 돈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반면 그로저는 독일인다운 합리성이 눈에 띄었다. 레오는 한국에서 3년 동안 번 돈으로 미국 이주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플로리다로 이사했다. 구단 관계자는 “그곳에서 만난 질 나쁜 쿠바 친구들의 꼬임에 빠져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새 시즌을 앞두고 계약을 끝낸 이유다.

그로저는 달랐다. 경제관념이 투철했다. 이번에 가족이 이용한 항공기의 좌석을 놓고도 많은 생각을 했다. 구단은 당초 그로저와 계약할 때 가족초청비용은 한 차례만 부담한다고 약속했다. 비행기 좌석은 이코노미로 한다고 계약서에 넣었다. 그로저가 오가는 비용부담도 처음 한국을 찾을 때와 돌아갈 때뿐이고, 나머지 추가이동비용은 그로저가 부담한다. 이번에 독일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나가는 비행기 편도 그로저 스스로 부담한다.

그로저는 구단과 비행기 좌석을 놓고 많은 상의를 했다. 가족의 편의를 위해 비즈니스석을 구해주고는 싶지만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로저는 구단에 가능한 한 좀더 싼 가격의 비즈니스석을 요구했다. 추가비용 부담이 적은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구단이 발 벗고 나서서 원하는 비즈니스석을 찾아냈다. 구단 관계자는 “슈퍼스타라 돈이 많을 텐 데도 그런 비용까지 꼼꼼히 따지는 것에서 독일인의 근면성이 느껴졌다”고 귀띔했다.

지난 시즌 레오, 올 시즌 그로저와 함께 지낸 통역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통역은 외국인선수와 24시간 붙어 지내기 때문에 그들의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안다. “레오는 배구실력은 좋아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티가 여기저기서 났지만, 그로저는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답다”고 통역은 귀띔했다. 삼성화재는 내년에 실시할 트라이아웃 때도 같은 조건이라면 북미나 유럽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선수들 중 인성이 빼어난 선수를 뽑을 생각이다. 문제는 짧은 트라이아웃캠프 기간 동안 인성을 어떻게 관찰하느냐다.

한편 그로저의 독일대표팀 복귀를 놓고 요즘 배구계에는 소문이 하나 돌았다. 삼성화재가 4라운드 중요한 순간 그로저의 공백에 따른 부담이 너무 커서 이번 기회에 그로저를 돌려보내고 레오를 재영입한다는 소문이었다. 현행 규정상 한 시즌에 한 차례 외국인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20일 삼성화재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그 얘기는 낭설이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그로저가 없는 4라운드 초반에 치러야 할 OK저축은행,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의 경기가 이번 시즌 팀의 성패를 결정한다. 여기서 1승만 하면 남은 라운드가 편해진다. 우리는 4∼6라운드에서 매번 4승2패를 해야 시즌에 12패를 한다. 지난 시즌 3위 한국전력이 13패를 했다. 우리도 14패를 넘기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그로저가 떠나기 전에 치르는 한국전력과의 4라운드 경기(29일)가 중요하고, 그로저가 없을 때 치르는 상위 3개 팀과의 3경기에서 한 경기라도 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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