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기주 “‘삼성·기자·모델’ 신입만 3번, 이젠 정착할 거예요”

입력 2015-12-28 12:05:00

“신입 사원만 3번 해봤어요. 이제 정착할 겁니다.”

진기주(27)는 삼성 직원, 방송 기자, 슈퍼모델을 경험한 데뷔 4개월차 배우다. 혹자가 봤을 땐 ‘변덕이 심하다’고 할지 모르나 진기주는 “이제야 내 길을 찾았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쌓은 내공을 하나씩 풀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아버지의 부탁으로 대기업 삼성 인턴에 지원을 했고 이후 인턴들을 위한 공채 전형에서도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학창시절부터 기자를 꿈꿨던 진기주는 퇴사 후 G1강원민방 기자로 일했다.

“제게 강원도는 제2의 고향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강원도에서 살았거든요. 기자 생활도 강원도에서 했고요. 어렸을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고 부전공으로는 언론학을 공부했죠. 근데 막상 기자를 해보니까 상상했던 생활과 다르더라고요. 제 개인 생활이 사라졌죠. 베테랑 기자들은 다르겠지만 신입 기자였던 저에게는 힘든 부분이었어요. 하루 종일 뉴스거리를 생각해야했죠. 억울했어요. (웃음) 사명감이 중요한 직업인데 저에게는 부족한 점이 많았던 거 같아요.”


슈퍼모델대회 지원은 네 살 터울 친언니의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기자직을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을 때 언니랑 새벽에 TV를 보고 있었어요. 슈퍼모델 선발대회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언니가 ‘서류라도 넣어 봐’라고 추천을 해줬죠. 제가 자기소개서 쓰는 걸 굉장히 많이 해봤잖아요? (웃음) 1차 전형이 서류 접수여서 그냥 한 번 써 내봤어요. 1차 전형부터 면접 심사였으면 엄두를 못 냈겠죠. 다행히 서류 통과가 돼 합숙 단계까지 갔어요.”

진기주는 슈퍼모델 면접 단계부터 최종 선발까지 ‘이방인’이었다. 대학 시절, 민낯에 안경을 끼고 다녔던 그는 삼성에 입사한 후에야 처음 눈썹 화장을 했다. 그에게 화려하고 도도한 슈퍼모델의 세계는 낯설 수밖에 없었다.

“삼성 신입들이 배우는 체조가 있어요. 슈퍼모델 면접 때 장기자랑으로 그 체조를 했죠. 저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는데 다행히 심사위원들은 기억에 남으셨나봐요. 면접 때도 저 빼고 모든 참가자들이 미용실에 가서 풀 세팅을 하고 왔었거든요. 저는 이쪽 분야에 대해 몰랐으니까...(웃음) 자세도 다들 곧았지만 저는 거북목에 구부정했어요. 다른 의미로 굉장히 튀었을 거예요.”

“특이한 언니”로 불린 그는 이방인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 열심히 교육 받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에 물을 들이고 다이어트를 했다.

“체지방을 많이 뺐어요. 근육을 늘렸는데도 체중이 4kg 줄었으니까 살을 많이 뺀 거죠.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모델이나 방송연예를 전공했었어요. 총괄 선생님과 면담을 했는데 ‘초짜 티가 많이 난다’는 평가를 받았죠. 저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니었나봐요.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때 외적으로 변화를 줬어요. 잡지를 많이 봤고 패션을 바꿨죠. 머리를 빨간 색으로 물들였어요. (웃음) 진기주만의 트레이드마크를 하려고요. ‘좋은 변화’라는 칭찬을 받았고 정말로 빨간 머리 덕분에 심사위원들이 저를 기억하기도 했어요.”


슈퍼모델대회에서 수상한 후 현 소속사를 만나 배우가 된 그는 데뷔 작 tvN ‘두 번째 스무살’에서 인문학부 새내기이자 생계형 알바의 달인 박승현 역을 맡았다. 늦깎이 대학생 하노라(최지우)의 절친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후 MBC 웹드라마 ‘퐁당퐁당 러브’를 통해선 조선의 국모 소헌으로 분해 첫 퓨전 사극에도 도전했다.

“부모님은 제 연기를 객관적으로 지적하는 편이고요. 친구들은 제 연기를 너그럽게 봐줘요. 연말이라 친구들과 모임을 갖는데 연예인 얘기를 엄청 해달라고 해요. (웃음) 제가 도착하면 ‘연예인 왔다’고 크게 소리치기도 하죠. 부끄러워요. 그 정도로 친구들이 저를 응원해줘요. 같은 소속사 고현정 선배도 ‘두 번째 스무 살’을 보셨다고 해요. 회사에 가면 자주 마주치는데 제 연기를 보셨다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신기해요.”

진기주는 MBC 새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 촬영을 앞두고 있다. “합격한 오디션보다 떨어진 시험이 더 많다”는 그는 “왜 연기자 오디션에는 자기소개서가 없냐”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한 번 더 해피엔딩’에서는 과거 회상 장면에만 등장해요. 직접 만나는 장면은 없겠지만 장나라, 정경호, 권율 선배와 한 작품에 출연하게 돼 기쁩니다. 다행히 출연했던 작품들이 흥행했죠. 근데 떨어진 오디션이 더 많아요. 저는 오디션도 입사 시험 보는 것처럼 봐요. 지금까지 시험을 너무 많이 치르고 산 거 같네요. (웃음) 근데 이제야 제 길을 찾은 거 같아요. 배우로 정착할 거고 잘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솔직히 연기가 녹록지 않아요. 하지만 (연기를) 안 하는 게 더 힘듭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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