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쯔위 딴지걸기…그 배경은 무엇일까

입력 2016-01-14 1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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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 사진|동아닷컴 DB

그룹 트와이스의 쯔위가 뜬금없는 정치색 논란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대만 출신의 작곡가 황안은 트와이스 멤버이자 대만 국적의 쯔위가 지난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모습을 두고 "쯔위는 대만 독립 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대만에서 나고 자라 대만 국적을 지닌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지만, 중국과 대만에서는 이것이 정치색 논쟁으로 번지며 트와이스의 중국 활동을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 16살이 된 여자아이가 자신의 국적에 해당하는 국기를 흔드는 게 왜 이렇게까지 큰 논란이 돼야하는지 우리로선 쉽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중국과 대만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가 설명된다.

먼저 흔히 우리가 중국이라고 부르는 국가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며, 대만 역시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식으로 표현할 때 '중국'이라는 나라는 2개가 있는 셈이다.

또 1945년 2차대전에서 일본의 패전시 승전국으로 인정을 받은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중화민국이었고, 현재 일반적으로 중국이라고 불리는 중화인민공화국은 1949년 공산당을 이끄는 마오쩌둥이 국민당을 이끄는 장제스와의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수립된 것이다.

이때 마오쩌둥에게 패배한 장제스는 대만으로 밀려나 중화민국의 정부소재지를 타이베이로 이동해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1971년 UN에서 축출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게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1992년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수교하면서 중화민국과는 단교했다.

또 중화인민공화국은 대륙내 다른 독립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현재의 대만은 온전한 국가로 보기 어려운 애매한 위치에 놓인 상황이다.

게다가 중화민국, 즉 대만은 1987년까지 사실상 국민당의 독재 정권이었으나 1987년 토착 정당인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이 합벅적인 정당으로 인정받으면서 '중화민국'을 앞세운 국민당과 대만 토착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00년 민진당의 천수이볜이 총통에 당선되고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대만 안에서도 '중화민국'이라기 보다는 그냥 '대만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상태다.

문제는 애초에 중국 대륙의 주인자리에 있었던 국민당의 경우 '중화민국'으로 전 중국을 대표하는 정통국가를 자처하고
중화인민공화국과 '양안통일'을 주장하는 반면, 토착 정당인 민진당은 중화인민공화국이든 중화민국이든 중국과 관계없는 독립된
국가로서의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민진당은 2000년부터 10·11대 집권에 성공하면서 세력을 키웠고, 2008년 1월 총선에서 국민당에게 전체 113석중 81석을 내주고, 국민당 마잉주가 총통에 당선돼 다시 야당으로 밀려났지만 2016년 1월 16일 대선·총선을 앞두고 차이잉원 주석이 높은 지지를 얻고 있어 정권교체와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 탄생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상황때문에 대만 내에서도 독립은 찬반여론이 갈리고 있는 논쟁거리이며, 가뜩이나 총선·대선을 불과 이틀 앞둔 현 시점에서는 이는 더욱 뜨거운 감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그냥 16살의 대만 여자아이가 대만국기를 흔들었다면, 설령 직접적으로 통일인지 독립인지 의견을 밝힌다고 해도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 여자가 아시아권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팝스타의 멤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쯔위의 인지도나 인기는 여론몰이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먹잇감으로, 결국 쯔위는 대만내의 이런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정치적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한편 JYP엔터티인먼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13일 중국 트위터에 "트와이스가 인터넷상 루머에 휘말리게 돼 유감이다. 우리는 문화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 언제나 중국과 한국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우리 회사는(쯔위를 포함해) 중국 정치와 관련해 어떤 정치적 주장이나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이번 루머의 쯔위 역시 16살의 10대 소녀로서 정치적 경험에 제한적이었고, 어떤 정치적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니다. 이와 같은 루머로 우리는 중국 본토에 영향을 끼쳤고, 오랜 시간 우호적으로 지내왔던 중국 파트너들과 문제가 야기됐다. 이 사안이 많은 사람들에게 명확해 지기까지 트와이스의 중국 내 활동을 취소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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