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김시우 ‘차세대 에이스’

입력 2016-01-1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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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PGA 소니오픈 단독 4위

고교1학년때 태극마크 달았던 예비스타
웹닷컴투어 시련 딛고 3년만에 PGA 컴백
스타들과 당당히 경쟁…“많은 것 배웠다”


남자골프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21세의 김시우(CJ)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총상금 580만 달러)에서 당당히 4위에 오르며 차세대 에이스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김시우는 18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와이알레 골프장(파70·704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2타를 더 줄여 합계 16언더파 264타로 단독 4위를 차지했다. 파비앙 고메즈가 연장 접전 끝에 브랜트 스니데커(이상 20언더파 260타)를 꺾고 우승했다.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노렸던 김시우에겐 아쉬움이 큰 대회다.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에 2타 뒤진 단독 4위에 올라 최종 라운드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준비했다. 경기 중 한때 공동선두로 나서기도 했지만 우승에 대한 부담과 퍼트운이 따르지 않아 4위에 머물렀다.

김시우는 일찍부터 예비스타로 주목받은 기대주다. 고교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고,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 출전해 우승 경쟁을 펼친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골프인생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고교 2학년 때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미 PGA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2012년 12월 PGA 투어의 마지막 퀄리파잉스쿨(이하 Q스쿨)을 최연소(17세5개월6일)로 통과했다. 하지만 만 18세 이상부터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그 때문에 김시우는 정상적인 투어생활을 하지 못했고, 결국 그해 PGA투어 8개, 웹닷컴투어(2부) 7개 대회 밖에 뛰지 못했다. 반쪽짜리 투어생활을 한 김시우는 결국 시드를 잃었다.

불운이 앞을 가로 막았지만 포기가 아닌 새로운 개척을 선택했다. 2013년 PGA 시드를 잃은 뒤 두 차례(2013년과 2014년) 웹닷컴 Q스쿨에 출전해 모두 통과했다. 웹닷컴투어는 험난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아버지와 단 둘이 뛰어든 웹닷컴투어는 ‘지옥’에 가까웠다. PGA와 웹닷컴투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도시 주변의 좋은 골프장에서 엄청난 규모로 펼쳐지는 PGA투어와 달리 웹닷컴투어는 미국 이외에도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까지 이동하는 지옥의 레이스다. 뿐만 아니라 상금도 PGA투어의 10분1 수준에 불과해 어지간히 성적을 내지 못하면 투어 경비를 대기도 버겁다. 억울하고 비참한 순간도 많았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경기하는 건 예사였고, 공항에선 결항이 잦아 몇 시간씩 찬 바닥에서 앉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었다. 심지어 비자가 잘못돼 공항에 반나절 넘게 발이 묶여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 2년 넘게 지속됐지만 국내로 돌아오지 않았던 이유는 오로지 PGA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시련을 견뎌낸 김시우는 작년부터 무섭게 성장했다. 컷 탈락이 줄고 조금씩 자신만의 골프를 완성해갔다. 그리고 2015년 7월 웹닷컴투어 스톤브래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마침내 PGA 재입성이라는 꿈을 이뤘다.

3년 만에 PGA로 돌아온 김시우는 완전히 달라졌다. 스타급 선수들과 경기하면 스스로 긴장해서 스윙조차 제대로 못했던 10대가 아니었다. 김시우는 경기 뒤 “많은 걸 보고 느낀 경기였다. 오늘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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